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제1야당 대표로 첫 삭발 감행
한국당 의원과 함께 농성 … ‘조국 반대’ 대여 투쟁 승부수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6일 오후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파면 촉구’ 삭발식 후 농성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이 조국 법무부 장관의 파면을 촉구하며 당 대표가 삭발식을 갖고, 국회 교섭단체 연설을 취소하는 등 초강경대응에 나서 정국이 급격히 경색되고 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16일 오후 5시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삭발식을 갖고, 조국 장관의 파면을 촉구했다.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야당 당수 시절 정부 여당에 맞서 단식을 한 적은 있지만 제1야당 대표가 대정부 투쟁을 하면서 삭발을 한 것은 처음이다. 대여투쟁의 동력을 끌어올리고, 보수 진영에서 거론되는 ‘반문(반문재인) 보수 연대’의 중심에 서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한국당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에 반대하며 삭발을 한 인사는 박인숙 의원에 이어 황 대표가 두 번째다. 또 한국당 이학재 의원은 15일부터 국회 본청 앞에서 조 장관 퇴진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 청와대에선 강기정 정무수석이 황 대표 삭발 직전 현장을 찾았다.

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황 대표의 삭발이 끝나자 “오늘 잘려져 나간 것은 황 대표의 머리카락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들의 마음과 믿음”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헌정유린을 (저지하고) 조국 파면부터 (관철해) 대한민국의 정의·공정·자유를 쌓아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삭발 직후 “저는 이 자리에 비통한 마음으로 섰다”며 “저는 오늘 제1 야당 대표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문 대통령과 이 정권에 항거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 제 뜻과 의지를 삭발로 다짐하고자 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문재인 정권의 헌정 유린과 조국의 사법 유린, 폭거가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문 대통령과 이 정권은 국민들의 고통을 외면했다. 국민들의 분노와 저항을 짓밟고 독선과 오만의 폭주를 멈추지 않았다”며 “범죄자 조국은 자신과 일가의 비리, 그리고 이 정권의 권력형 게이트를 돕기 위해서 사법 농단을 서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민 여러분께 약속드린다. 저는 투쟁에서 결단코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며 “문재인 정권의 폭정을 막아내려면 국민 여러분이 함께 싸워주셔야 한다. 지금은 싸우는 길이 이기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문 대통령에 경고한다. 더 이상 국민의 뜻을 거스르지 말라. 그리고 조국에게 마지막 통첩을 보낸다”며 “스스로 그 자리에서 내려와 검찰의 수사를 받으라”고 요구했다.

이날 삭발식에 참석한 강석호·이만희 의원 등 20여명의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삭발식이 진행되는 동안 애국가를 부르며 침통한 표정으로 삭발식을 지켜봤다. 삭발식 직후 전희경 대변인의 선창으로 청와대 앞에 모인 한국당 의원들과 당원들은 ‘자유 대한민국은 죽었다’라고 쓰인 팻말을 들고 “국민의 명령이다. 문 정권은 헌정유린 중단하라” “범범자 장관 웬말이냐. 조국은 당장 내려와라”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아울러 자유한국당은 조국 장관의 국회등원을 거부하며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취소하는 등 정기국회 일정을 전면취소할 수 있다는 각오로 여당을 강하게 압박하고 나섰다.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황 대표의 삭발 직후 “이번주 정기국회 일정으로 예정된 교섭단체 연설을 통해 문재인 정권의 폭거를 비판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피의자로 된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국무위원 자격으로 국회에 참석하거나 인사하는 것을 묵과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취소하기로 했다”고 정기국회 일정과 관련한 여야협의가 무산됐음을 보고해 의원들의 박수를 받았다.

삭발식에 참석한 한국당 소속 의원 20여명은 삭발이 끝난 뒤 자정까지 연좌농성을 벌였다. 아울러 한국당은 전날 광화문에 설치한 ‘조국 사퇴 국민 서명 운동 본부’ 텐트를 이날부터 본격적으로 가동했다. 한국당은 서명 시작을 오전 9시에서 오전 8시로 앞당겨 출근길 직장인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기로 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황 대표의 삭발 예고에 강기정 정무수석을 삭발식 현장으로 보내 ‘염려와 걱정’의 메시지와 함께 “삭발을 재고해 달라”는 뜻을 전달하기도 했다. /김진호·박형남기자

    김진호·박형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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