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만 산부인과 통틀어 24곳뿐
산후조리원도 5개 市지역 집중
대도시 원정출산 4명 중 3명꼴
전국서 가장 많아 ‘분만 취약지’
저출산 극복할 개선 대책 시급

‘공공 산후조리원도 필요하다’

안동에 사는 최정훈(38)씨 부부는 지역에 분만실과 산후조리원이 모두 있지만 최근 둘째 아이를 대구에서 낳았다. 최 씨의 아내가 다니던 A병원 산후조리원이 지난 4월부터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간데다 하나 남은 지역의 다른 병원의 산후조리원은 대기자만 수십 명에 달했기 때문이다. 안동에는 3∼4곳의 분만 산부인과에서 산후조리원을 운영하고 있었지만 최근 종합병원 2곳만 운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한 곳이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갔다. 집에서 산후 몸조리를 할 수 있는 산모신생아 도우미를 알아봤지만 보통 3개월 전에 신청해야 해서 원정출산이 불가피했다. 원정출산에 따라 지역에서 첫째 아이 출산 때보다 3배의 비용을 부담했다.

최씨의 사례는 아이 낳는 과정에서 전전긍긍하고 있는 경북지역 임산부들의 사정을 대변하고 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중점을 두고 있는 저출생 극복 정책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분만취약지역의 분만산부인과 확보와 함께 공공산후조리원의 설치가 병행되어야 하는 것으로 지적됐다.

임산부들도 4명중 3명이 산후조리원을 선호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2017년 출산한 산모 2천911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9월 조사한 결과, 출산 후 6주 동안 산후조리원을 이용한 비율이 75.1%나 됐다. 산후조리원 선호도가 압도적이다. 하지만 경북 도내 23개 시·군 가운데 분만 산부인과가 있는 곳은 10개 시·군 24곳이 있지만 산후조리원은 5개 시급 지역에만 집중돼 있다. 경북도에 따르면 도내 17곳의 산후조리원은 포항(4), 경주(2), 안동(2), 구미(8), 경산(1)에 있으며, 이 가운데 3곳(포항 2곳, 안동 1곳)은 현재 휴업 중이다.

최 씨 부부처럼 거주 지역에 분만 병원이 있지만 산후조리원 등 다른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없다 보니 가까운 분만 병원도 외면하게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분만 수가 조정 등 정부가 맡을 산부인과 운영 여건 개선과 함께 지역정부는 공공산후조리원 설치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는 신생아분만 수와 출생신고의 미스매치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바른미래당 최도자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경북 지역에서 출생신고를 한 신생아 수는 1만6천100명으로 이 가운데 5천171명은 다른 지역에서 출생한 뒤 출생 신고를 한 것으로 집계됐다. 출산인프라가 없거나 부족한 지역의 산모들이 주로 인근 대도시에서 출산했다는 의미다. 시·도별 분만 수와 출생신고 수를 비교해 보면 경북은 신생아분만(1만929명)이 출생신고 수(1만6천100명)보다 5천171명 적다. 하지만 출산인프라가 잘 갖춰진 대구는 신생아분만(1만8천948명)이 출생신고(1만4천400명)보다 4천548명이나 많았다. 산모들이 출산인프라가 잘 갖춰진 대구를 찾아 원정 출산을 한 것이 요인이다. 이런 원정 출산 사례는 경북도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 도내 1시간 내 분만실 이용이 힘든 ‘분만 취약지’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데서도 이 같은 집계 근거를 엿볼 수 있다. 전국 33곳의 분만 취약지 가운데 경북이 11곳이나 된다. 시급 지역도 문경, 영천, 상주 등 3곳이나 된다. 군급에서는 청도, 군위, 의성, 청송, 영양, 영덕, 봉화, 을릉 등 8곳이다.

경북도의 2017년 합계출산율(가임여성 1명이 평생 낳는 아이 수)은 1.17명으로 전년(1.26명)보다 떨어지고 있는 데에는 이런 사정도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출산율 저하는 수익성을 담보로 한 병원의 적자 경영으로 이어지고 있다. 김천시의 유일한 산후조리원이 지난해 12월 31일 결국 문을 닫았다. 매달 1억 5천만원의 적자 운영의 어려움을 견디다 못한 결과로 알려졌다. 분만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운영이 힘들어진 산부인과는 운영을 포기하고, 아이 낳을 곳이 부족한 여성들은 출산을 망설이거나 장거리 원정 출산까지 감수해야 하는 처지다. 분만 수가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병원급 산부인과의 자연분만 시 건강보험수가는 약 40만원 수준으로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현재의 분만 수가로는 응급수술에 필요한 시설과 인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상황이 이렇지만 경북도가 내놓은 대책은 ‘언 발에 오줌 누기’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경북도 저출생 극복 TF’는 30억원을 들여 분만 산부인과는 있지만 산후조리원이 없는 상주시와 울진군 단 2곳에만 공공산후조리원을 조성하기로 했다. 앞으로 시·군 자체 실정에 맞는 맞춤형 사업 발굴을 위해 ‘저출생 극복 시·군 공모 사업’을 확대·지원하기로 한 것이 전부로 알려졌다.

/손병현기자why@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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