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오랑세오녀테마파크
연오랑세오녀테마파크

나이가 들수록 오늘이 어제 같고, 올해가 지난해와 별반 다르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일상에 묻혀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기억을 떠올리는데 사진만한 게 없다. 그날 옷은 뭘 입었고 머리 모양은 어땠는지, 사진은 빛바랜 추억에 숨을 불어 넣는다. 갈수록 ‘남는 건 사진뿐’이다. 계절은 돌고 돌아 어느덧 추석이 다가왔다. 해마다 명절은 찾아오지만, 작년과는 다른 올해 처음 맞이한 추석이다. 지난해 누구와 어디서 어떻게 보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 하다면 이번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사진 한 장 남겨보자. 오랜만에 모인 가족들과 함께 찍은 사진만으로도 풍성한 한가위가 될 테니.특별한 장비도 기술도 필요없다. 막 찍어도 화보가 되는 ‘인생사진’을 건질만한 대구·경북지역 명소를 소개한다.

연오랑세오녀테마파크
연오랑세오녀테마파크

□ 포항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

영일만 한가운데 자리한 연오랑세오녀 테마파크는 빼어난 풍광을 자랑한다. 산과 바다 자연 그대로의 형형색색 경치가 빼어나 사진 찍기에 좋은 곳이다. 베스트 포토존은 대형 정자의 전망쉼터. 탁 트인 영일만 바다가 눈앞에 펼쳐지고 포항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오는데 별다른 조명 없이도 사진을 돋보이게 하는 비결은 자연조명 덕분이다. ‘철의 도시’ 이미지와 어울리는 반짝이는 은빛 바다 물결이 반사판 역할을 한다. 카메라 셔터만 누르면 인생사진이 완성된다.

공원은 꽤 넓은 편이다. 연오랑세오녀 설화가 담긴 벽화와 신라마을, 일월대, 연오랑뜰, 쌍거북바위 등 곳곳이 사진에 곁들일 볼거리로 가득하다.

경주 솔거미술관
경주 솔거미술관

□ 경주 솔거미술관

경주 솔거미술관에는 시시각각 달라지는 자연을 배경 삼아 사진찍기 좋은 그림이 있다.

‘움직이는 그림’이라 일컫는 이 작품은 전시실 한쪽 벽면의 일부를 틔워 사방을 사진틀처럼 막아 놓은 통유리창을 말한다.

경주 솔거미술관
경주 솔거미술관

액자 프레임 속에는 아평지 연못을 중심으로 나무와 숲, 하늘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같은 사진 배경이 펼쳐진다. 매일 달라지는 풍경 속에서 나만의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연휴 기간 추석 당일만 제외하고 관람 가능하다.

영덕 강구항 카페 ‘봄’
영덕 강구항 카페 ‘봄’

□ 영덕 카페 ‘봄’

영덕에도 ‘핫(hot)’한 포토존이 있다.

해안가에 위치한 카페 ‘봄’은 에스프레소 샷보다 ‘인생샷’으로 더 유명하다. 이곳에서는 아름다운 동해를 배경으로 착시 효과를 이용한 위트 있는 사진을 연출할 수 있다. ‘파도를 품은 잔’이라는 테마로 만든 대형 커피잔 조형물을 활용해 마치 바닷물을 마시는 듯한 인생샷을 건질 수 있다.

영천 별별미술관
영천 별별미술관

□ 영천 별별미술마을

이번 추석 남들과는 다르게 뻔하지 않은 사진을 찍고 싶다면 영천 별별미술마을로 떠나자.

화산면 가상리 화산 1·2리, 화남면 귀호리 등 총 4개 마을로 이뤄진 별별미술마을은 지난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한 마을 미술 행복프로젝트로 선정됐다.

골목을 따라 회화, 조각 등 다양한 예술작품 40여점이 전시돼 있어 ‘지붕없는 미술관’으로 불린다.

아기자기한 벽화를 배경으로 세상에 하나뿐인 이색사진을 찍기에 제격이다.

군위 화본역
군위 화본역

□ 군위 한밤마을·화본역

‘내륙의 제주도’로 주목받는 군위 한밤마을은 아름다운 돌담을 배경으로 찍기 좋은 사진명소다. 수백년간 보존해 온 고택과 돌담이 한데 어우러져 예스러운 멋을 풍긴다.

한번 다녀온 사람들은 반드시 ‘아름다운 간이역’으로 꼽는다는 화본역도 빼놓을 수 없는 포토존이다.

배우 김태리와 류준열이 주연을 맡아 빼어난 영상미로 호평을 받았던 영화 ‘리틀포레스트’의 촬영지로도 알려졌다.

영화 속 배경으로 이미 검증된 곳이니 믿고 찍을 수 있는 사진명소다.

문경 오미자터널
문경 오미자터널

□ 문경 에코랄라·오미자테마터널

개성 담긴 유쾌한 사진을 찍기엔 문경이 딱이다.

문경시는 지난 2018년 10월 문화조성 사업의 일환으로 총 사업비 873억원을 들여 가족형 테마파크인 에코랄라를 조성했다. 문경석탄박물관과 가은오픈세트장, 에코타운, 자이언트 포레스트 등을 한 자리에 모으고 각종 전시실과 체험시설을 더했다.

여기선 물이 흘러내리는 대형 수도꼭지 조형물을 활용해 사진을 찍는 것이 촬영팁. 익살스런 표정, 포즈는 과감할수록 촬영한 사진을 보는 재미가 커진다. 사진 속에 풍성한 색감을 담고 싶다면 문경 오미자테마터널이 안성맞춤이다. 폐철도를 문화체험 공간으로 활용해 오미자넝쿨, 별빛터널 등으로 꾸민 이곳은 카멜레온이 몸 색깔을 바꾸는 것처럼 주변 상황에 맞춰 소비공간으로 변신한 ‘카멜레존’이다.

대구 향촌동 서상돈 고택
대구 향촌동 서상돈 고택

□ 대구 향촌동

올해 추석에 최근 유행하는 복고풍인 레트로 감성 사진을 남기고 싶다면 대구 향촌동으로 가보자. 6·25 이후 문인이나 예술인들이 주로 활동하던 곳으로 1970년대까지 대구의 중심지였다. 골목마다 근대문화 특색이 고스란히 남아있어 당시 유행하던 다방이나 술집, 음악감상실 등 근대 건축물을 배경 삼아 셔터를 누르면 된다.

추석 명절에 한복을 꺼내입으면 대구근대골목만큼 어울리는 곳도 없다. 동산선교사주택을 시작으로 3·1만세운동길, 계산성당, 이상화·서상돈 고택, 제일교회, 약령시, 진골목을 거쳐 종로까지 총 1.7km의 골목길을 걸으며 마치 시간 여행을 온 듯한 복고 감성을 사진 속에 담을 수 있다. 이번 추석에 찍은 사진이 내년엔 레트로가 된다.

경산 반곡지
경산 반곡지

□ 경산 반곡지

경산 반곡지에서는 누구나 셔터만 눌러도 ‘금손’이 될 수 있다.

과거 농업용 저수지로 만들었는데 최고 수령 300년으로 추정되는 왕버들 고목이 저수지 둑 150m 구간에 심어져 있다. 이 버들 군락이 물가에 비쳐 마치 물속에 또 다른 버들이 있는 것 같은 데칼코마니 장관을 연출한다.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미 ‘제2의 주산지’로 통하는 유명 포토존으로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사진 찍기 좋은 녹색 명소’로 선정되면서 찾아오는 발길이 늘었다.

/김민정기자 mj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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