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조국 대란’으로 세상이 온통 정쟁의 도가니에 빠져 있는 동안 나라 경제에 관한 비관론이 봇물을 이루면서 국민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나랏빚이 머잖아 1천조 원 시대를 맞이할 것이라는 비보(悲報)와, 우리 경제가 급기야 디플레이션으로 갈 수 있다는 경고음이 잇따라 들려온다. 여기저기에서 ‘한국 경제가 껍데기만 남는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는 판이다. 도대체 어쩔 참인가. 정부·여당은 마땅한 대안이 있기는 한 것인가.

나랏빚의 증가속도가 심상치 않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2020년 예산안’과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과연 ‘과속 스캔들’이라는 표현이 지나치지 않음을 알게 한다. 지난해 681조 원에서 5년 뒤인 2023년에는 1천61조 원이 된다. 불과 5년 만에 국가부채를 380조 원 늘려놓겠다는 소리다. 연평균 부채증가율은 9.3%로, 경제성장률을 압도한다.

정부·여당은 거듭 “문제없다”고 일축한다. 국가부채가 1천조 원을 넘어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은 46.4%로 일본(222.5%), 영국(116.4%), 미국(106%)보다 훨씬 낮다는 주장이다. 경제학자들이 “자기네 돈을 찍어 막을 수 있는 기축통화국과 비교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그렇게 외쳐도 막무가내다.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우리처럼 40% 언저리인 호주·스위스·스웨덴·뉴질랜드·덴마크 등이 일제히 부채 비중을 줄여나가고 있다.

국민경제의 총체적 물가 수준을 나타내는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를 보면 디플레이션이 점차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디플레가 무서운 점은 일본 경제의 ‘잃어버린 20년’ 사례에서 보듯이 장기화할 경우 ‘좀비’ 국면으로 빠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좀비 국면엔 ‘5대 함정(정책 함정·유동성 함정·불확실성 함정·구조조정 함정·부채 함정)’이 뒤따른다. 여차하면 온 국민이 피폐한 삶의 질곡으로 빠져들 위기에 직면했다.

정부·여당은 이제 믿을만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괜찮다”는 말은 정말 괜찮게 만드는 효험있는 주술(呪術)이 아니다. 경제난 국면을 차단할 확실한 방책은 대체 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