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도로 열악한 환경에서 자란 이 72명 아이들에게는 주변 사람 중에 적어도 한 사람 이상 그 아이 입장을 이해하고 받아주는 어른, 믿어주는 어른이 존재했다는 겁니다.

엄마, 아빠 혹은 할머니, 할아버지 심지어 삼촌, 이모, 이웃 중에서 그 아이를 가까이서 지켜봐 주고 격려해 주고 칭찬해 주고 무조건 적인 사랑을 베풀어 아이가 언제든 기댈 수 있는 심리적 언덕이 되어 준 사람이 반드시 한 명 이상 존재했다는 것을 에미 워너 연구는 입증합니다.

이 한 사람이 없는 아이들, 즉 나머지 129명 아이들은 악순환의 절망에 빠질 수밖에 없었지만, 믿고 지지해 준 한 사람이 있었던 아이들 72명은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었던 겁니다. 에미 워너 교수는 이 속성을 회복탄력성(Resilience)라고 이름 붙입니다. 어릴 때 받는 무조건적인 신뢰와 사랑이 회복 탄력성의 근간을 이룬다고 결론을 내립니다.

한 사람의 믿음이 우리를 살립니다. 덴마크 농가 가난한 할머니 할아버지 이야기는 안데르센의 상상력의 산물이지만, 1955년부터 40년간 걸친 하와이‘카우아이 종단연구 1’을 통해 그 믿음이 과학적으로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는 이야기라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내게 필요한 것은 바로 그 한 사람입니다. 나 또한 누군가에게 그 한 사람이 되어 줄 수 있습니다. 비록 그가 하는 행동이 이해할 수 없고 타산이 맞지 않으며 하는 일마다 최악의 결과를 낸다 하더라도, 비난하거나 채찍질하거나 찌르는 말을 하지 않고, 덴마크 할머니처럼 믿어주고 맞장구쳐주고 기뻐해 준다면 그 한 사람의 지지와 격려로 세상은 지금보다 한결 아름답고 멋지게 변할 것을 믿습니다.

어둠으로 캄캄한 방에는 창문이 여럿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단 하나의 창문만 있어도 그 방은 신선한 공기와 환한 빛으로 가득할 수 있는 법이니까요.

/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대표

    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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