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퍼스트맨’

인류 역사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어떤 성공은 어떻게 된 영문인지 50년이 지난 지금도 성공을 있게 한 고난과 역경의 과정은 가물가물하고 성공의 첫 발자국과 감회의 한마디만 깊게 각인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1969년 7월 16일 지구를 떠나 7월 21일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한 닐 암스트롱. “이것은 한 명의 인간에게는 작은 발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커다른 도약이다”라는 말과 함께 흑백 영상과 몇 장의 사진으로 길이 남는다. 그가 어떻게 그 발걸음을 내딛게 되었는지, 뚜렷한 기억과 별다른 호기심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우리는 그 놀라움이, 미지의 세계에 첫발을 내딛던 그 감동적인 순간이 너무나 강렬하여 당연히 준비된 선물처럼 그 성공을 순순히 받아들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퍼스트맨’은 성공을 있게한 첫번째 실패에서 시작한다. 성공을 위해 몇 번의 실패가 있었으며, 거대한 프로젝트 속에서 한 인간이 느꼈을 감정은 어떠했는가에 집중하고 있다. 바로 ‘커다란 도약’보다는 ‘작은 발걸음’에 집중한 영화다.

아폴로11호가 달에 착륙하기까지 아폴로 1호부터 10호가 있었으며, 그 이전에 제미니 1호부터 12호가 있었다. 그리고 그 이전에 있었던 미항공우주국의 초음속 실험용 비행기 X15에 탑승해 시험비행을 하는 닐 암스트롱의 모습에서 영화는 시작된다.

1957년 소련이 쏘아 올린 첫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는 냉전시대 미소의 우주를 향한 경쟁의 도화선이 된다. 이후 1961년 4월 12일 소련의 우주 비행사 유리 가가린이 ‘보스토크 1호’를 타고 최초 유인 우주비행을 성공하게 되자 우주 경쟁에서 계속 뒤쳐지던 미국은 “1960년대 안에 인류를 달에 보내겠다”고 선언하게 된다. 바로 아폴로 계획의 시작이 된다.

이를 위해 선결해야할 과제는 엄청난 무게를 지구 궤도에 올릴 수 있는 막강한 추진력을 가진 로켓을 개발해야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우주 공간에서 본선과 탐사선의 랑데뷰, 도킹, 분리 등의 우주 비행기술을 발전시켜야할 필요가 있었다. 이를 위해 시행된 것이 제미니 계획이었다.

영화는 닐 암스트롱과 연관된 우주 계획의 과정을 보여준다. ‘커다란 도약’을 있게했던 동료의 사망과 개인의 두려움, 과정의 어려움이 제미니1호에서부터 12호, 아폴로 1호에서부터 11호까지 우주선의 이름과 함께 점증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좁은 우주선에 몸을 구겨넣은 모습. 커다란 진동과 거대한 소음 속에 사정없이 흔들리는 모습. 죽을 수도 있는, 돌아오지 못할 수 있는 여정을 앞두고 차마 어린 두 아들의 눈을 제대로 마주하지 못하는 모습 속에서 ‘커다란 도약’을 있게 했던 한 명의 인간이 내딛었던 ‘작은 발걸음’의 과정을 목격하게 된다.

우리는 50년 전에 있었던 아폴로11호의 성공을 알고 있다. 익숙한 이야기에 가려졌던 한 인간의 고독한 여정 앞에서 달에 착륙해 첫발을 내딛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환희의 기쁨, 성공의 안도보다는 쉽게 설명되지 않는 가슴 먹먹함이 앞선다.

영화 ‘퍼스트맨’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의 영화다. 우리가 인류의 달 착륙 과정을 지켜보던 위치에서 함께 달에 착륙시키는 영화다. 그는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한 ‘퍼스트맨’이기 이전에 한 인간이 견뎌야했던 엄청난 무게의 고통을 안고 지구로 귀환한 ‘퍼스트맨’이었음을 영화가 보여주고 있다. /김규형 문화기획사 엔진42대표

* 영화‘퍼스트맨’은 네이버영화, 구글플레이, 넷플릭스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