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군민에겐 육지로 통하는 뱃길만큼 중요한 일도 없다. 가족 친지를 만나는 일부터 생업을 위한 경제활동에 이르기까지 육지를 왕래하는 교통편이 없으면 생활 자체가 무의미해진다.

지난해부터 섬 주민들은 육지로 오갈 뱃길이 줄어들까 노심초사해왔다. 울릉도와 육지를 오가는 2천t급 이상 대형여객선인 썬플라워호가 내년 6월이면 선령이 만기되기 때문이다.

썬플라워호를 운행하는 대저해운은 선령이 만기되면 대형 여객선 대신 소형 여객선을 취항할 뜻을 내비쳤다. 썬플라워호를 인수할 당시보다 여객선 등이 늘어 영업상황이 좋지 않은 것이 이유라 한다.

울릉군민으로서는 펄쩍 뛸 일이 생긴 것이다. 민간 선사의 썬 플라워호가 비록 영업을 목적으로 운행 한다지만 울릉군민에게는 육지의 버스와 같은 교통수단이다. 육지를 통한 일상적인 생활은 물론 먹고살기 위한 경제활동에도 심대한 타격이 예상된다.

울릉과 육지를 오가는 선박 가운데 2천t을 넘는 여객선은 썬플라워호가 유일하다. 나머지 300∼500t급 선박으로서 기상변화에 따라 운항 여부가 오락가락한다. 풍랑주의보만 뜨면 아예 운항을 안한다.

2천t급의 썬플라워호가 운항되고 있는데도 현재 울릉군과 육지 간에 오가는 뱃길이 1년에 100일 정도 끊기고 있다. 그나마 겨울에는 선박 정비를 이유로 썬플라워호마저 장기간 운항하지 않아 섬주민의 불편이 이만저만 아니다.

오죽하면 섬주민이 직접 선사를 운영할 주민여객선추진본부까지 결성했을까 싶다. 주민들은 “안정적인 이동권 확보를 위해 굴욕적일 정도로 간절한 심정으로 인내해 왔다”고 말하고 여러차례 육지와의 원활한 뱃길 유지를 당국에 요구했다.

경북도와 울릉군이 대형 여객선 유치를 위해 선사 유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나섰다고 한다. 당연한 조치지만 의향을 가진 업체가 얼마나 될지 걱정이다. 울릉군은 지난해 군 조례 제정을 통해 대형 여객선 취항 회사에 대해 10년간 1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으나 선뜻 나서는 회사가 없었다.

이번에는 울릉군 조례와 상관없이 경북도가 예산을 지원하겠다고 해 성사 여부가 주목된다. 도까지 나섰으니 섬주민의 이동권을 이번만은 반드시 보장하는 결과를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