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브해의 섬나라 바하마는 지난 3일 허리케인 도리안의 상륙으로 온 나라가 초토화됐다. CNN은 “바하마에서 태풍으로 유례없는 규모의 파괴가 일어났다”고 보도했다. 아바코와 그랜드 바하마에서는 전체 가옥의 절반인 1만3천 채가 파괴됐다. 주민은 섬 전체가 물에 잠길 것 같은 공포를 겪었다고 했다.

가을 태풍은 대체로 역대급이 많다. 2013년 11월 필리핀에 상륙한 태풍 하이옌은 430만명의 이재민을 내고 사망자만 1만2천명을 발생케 했다. 순간 최대풍속이 초속 105m로 태풍사상 가장 강력했다. 1970년 11월 방글라데시에서 발생한 태풍은 30만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바람의 세기가 하이옌만 못했으나 방글라데시의 취약한 사회기반으로 희생자는 더 많았다.

우리나라도 역대 최악의 피해를 낸 태풍은 가을 태풍이다. 2002년 9월 태풍 루사는 246명의 인명 피해를 냈다. 당시 재산피해가 5조원이다. 2003년 9월 태풍 매미는 131명의 인명 피해를 냈다. 849명의 목숨을 앗아간 1959년 태풍 사라도 추석 직전인 9월에 발생했다. 우리나라는 8월 중 태풍이 가장 많이 발생하지만 피해는 9월 발생 태풍이 더 크다. 이처럼 가을 태풍이 강력해지고 있는 것에 대해 전문가는 지구 온난화의 영향을 손꼽고 있다. 그것이 유일한 이유는 아니라 해도 바람 세기와 비의 양을 늘리는 것에 대해서는 부인하지 않는다.

지난 100년 동안 해수면은 20㎝ 상승했다. 세계기상기구는 20세기 지구의 평균 기온이 1.8도 올랐다고 했다. 기온이 1도 오를 때 강수량은 5∼10%씩 상승한다. 점차 아열대기후로 바뀌어 가는 한국에도 겨울에 태풍이 찾아 올거란 예측이 나온다. 인간이 자초한 지구온난화의 대가가 가히 두렵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