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평론가 황광해, 문경을 맛보다

영남매운탕
영남매운탕

‘영남매운탕’& ‘진남매운탕’

산이 깊으면 물도 깊고, 물이 깊으면 산도 깊다. 문경에는 산이 많다. 크고 작은 물줄기도 많다. 크고 작은 개울에서 크고 작은 물고기를 잡는다. 민물고기다. 바다 생선을 즐기는 이들은 민물생선에서 흙냄새가 난다고 말한다. 먹을 것도 없이 작고, 잔뼈가 많아서 굳이 찾지 않는다는 이도 있다. 그렇지는 않다. 맛있는, 민물 특유의 맛을 보여주는 식당도 있다. ‘영남매운탕’과 ‘진남매운탕’이 그러하다.

‘진남매운탕’과 ‘영남매운탕’은 지척 간에 있다. 진남매운탕은 큰길 가에 있다. 일찍부터 알려졌다. 불과 200~300m. ‘영남매운탕’이 있다. 두 곳 모두 ‘현지에서 잡는 민물생선’을 사용한다고 밝힌다. 가까운 곳에 깊고 얕은 개울이 있다. 여기서 잡는 생선이다. 직접 잡는 생선을 사용하니 민물생선 특유의 맛이 살아 있다. 여름, 가을철에는 직접 잡는 자연산 민물생선을 사용한다. 겨울에는 냉동 자연산을 사용한다.

굳이 한가지 메뉴를 추천한다면 ‘잡어매운탕’을 권한다. ‘잡어매운탕’에는 메기, 꺽지, 피라미 등이 들어 있다. 모두 인근에서 구한 것들이다. 메기매운탕을 별도의 메뉴로 내놓는 이유가 있다. 자연산 메기는 민물생선이 아니라 바다 생선의 쫄깃한 맛을 지니고 있다. 흙 비린내가 나는 것은, 생선이 신선하지 않거나 조리 과정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진남매운탕
진남매운탕

‘진남매운탕’은 원조, 2대 전승 가게다. 두 집 모두 50~60년의 업력을 자랑한다. ‘영남매운탕’은 민물생선 고유의 맛을 살리기 위하여 일체의 ‘맛내기’를 사용하지 않는다. 민물새우도 피한다. 민물생선의 맛을 가리기 때문이다. 잘 즐기는 법도 있다. “가능하면 맵지 않게”로 주문하면 민물생선 고유의 맛을 즐길 수 있다. 생선을 다 먹은 후, 라면이나 수제비를 넣고 끓여도 좋다.

 

통큰짬뽕
통큰짬뽕

‘통큰짬뽕’& ‘영흥반점’

‘영흥반점’ 입장에서는 고개를 갸웃할 수 있다. ‘통큰짬뽕’은 ‘영흥반점’에 비길 정도의 업력은 아니다. ‘영흥반점’은 널리 알려진 전국구 맛집이다. 짬뽕과 탕수육으로 널리 알려졌다. ‘찍먹’ 탕수육은 ‘영흥반점’의 대표 메뉴다. 소스와 따로 내놓는 탕수육이 맑다. 깔끔한 탕수육 튀김에 맑은 탕수육 소스를 더한다. 튀김 색깔이 맑고 깔끔하다. 파삭하면서도 튀김 속이 촉촉하다. 소스 역시 많이 달지 않다. 수준급 탕수육이다. 블로거들로부터 ‘혼이 실린 탕수육’이라는 극찬도 듣고 있다. “탕수육 먹으러 왔다가 짬뽕 먹고 혼절했다”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짬뽕도 비교적 맑은 맛이다. 염도도 높지 않고 맛이 순하다.

‘통큰짬뽕’은 새재 입구 상가 지역에 있다. 큰길 가 뒷골목에 있으니 지나치기 일쑤다. 쉽게 찾을 수 있는 위치는 아니다. 현재 가게 역사는 짧지만, 주인의 업력은 만만치 않다. 구미 등에서 오랫동안 중식당을 운영했다. 두 가게 모두 주인이 곧 주방장이다.

‘통큰짬뽕’은 메뉴 구성이 재미있다. ‘해물짬뽕’은, 이 식당의 경우, 평범한 메뉴다. 주인도 굳이 권하지 않는다. 오히려 말리는 편이다. ‘해물짬뽕’을 주문하면 “해물짬뽕보다는 돼지짬뽕이 낫다”고 말한다. 돼지짬뽕은 돼지고기를 고명으로 사용한 짬뽕이다. 문경은 약돌을 먹여서 기른 소, 돼지고기가 좋다. 깊은 내륙에서 굳이 해물보다는 좋은 생돼지고기를 사용한 돼지짬봉이 낫다는 말도 이해가 된다.

‘야끼우동’은 볶음우동이다. ‘야끼우동’을 내놓는 곳은 주방의 업력이 만만치 않다. 이 지역에서 오랫동안 중식을 만진 이들이 내놓는 메뉴다. 맛은 순하다. 주방의 칼솜씨, 고온에서 순간적으로 볶아내는 솜씨는 좋다. 불 냄새가 깊은 볶음우동이다.

 

영흥반점
영흥반점

‘청록숯불갈비’

문경의 한우는 ‘약돌한우’다. 약돌을 먹여서 기른 한우라는 뜻이다. ‘청록숯불갈비’는 약돌한우를 사용한다.

도축한 고기의 선별, 유통, 고기의 정형 과정 등을 꼼꼼히 챙긴다. 다른 곳에서는 쉽게 만날 수 없는 소의 지라 부분 등을 싱싱한 상태로 내놓는다. 간, 천엽 등도 내놓는다.

고기는 식감이 좋다. 부드럽기보다는 쫄깃한 편이다. 숙성보다는 싱싱함을 선택한 고기다.

 

‘문경우수농특산물직판장’
‘문경우수농특산물직판장’

문경우수농특산물직판장

‘문경우수농특산물직판장’은 문경새재 입구에 있다.

가게 내부에는 문경 생산 특산물들이 그득하다. 여러 곳을 다니면서 쇼핑하는 것보다는 이곳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가격도 합리적이다.

두 칸으로 이뤄진 가게에는 문경 특산물인 오미자부터 여러 종류의 가공품들이 가득하다.

 

모싯골맛집
모싯골맛집

‘모싯골맛집’& ‘새재할매집’

‘40년 전통’을 내건 ‘새재할매집’은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진 맛집이다. ‘모싯골맛집’은 업력이 ‘새재할매집’만큼 길지 않다. 두 집 모두 ‘돼지고기+양념+석쇠구이’ 전문점이다.

문경 및 문경 일대의 돼지고기는 맛있다. 석쇠로 굽는다. 돼지고기구이를 주문하면 양념 돼지고기를 별도의 공간에서 연탄불로 굽는다. 양념은 고추장 위주다. 돼지고기를 고추장 양념으로 버무린 것이다. ‘고추장 양념 돼지고기’는 식당 메뉴로는 어려운 음식이다.

된장이나 고추장 등으로 양념을 한 후, 직화로 굽는 경우, 고추장, 된장의 곡물 성분이 기름기와 뒤섞여 쉽게 타버린다. 직화는 고기가 익기 전 양념장을 먼저 태운다. 구운 고기에 거뭇거뭇한 점이 생기는 이유다. 일반 식당에서 손님에게 양념장 돼지고기를 맡기면 대부분 태운다.
 

새재할매집
새재할매집

 

두 집 모두 넓적하게 썬 돼지고기를 구운 상태에서 내놓는다. 먹을 크기로 자르는 것은 손님 몫이다. 원하는 크기만큼 자른 다음, 곁들인 채소 혹은 반찬과 더불어 먹는다.

‘새재할매집’은 배추전을 반찬으로 내놓는다. 경북지역에서는 흔한 반찬이지만 먼 곳에서 온 관광객들은 신기하게 생각한다.

‘모싯골맛집’은 된장찌개가 좋다. 두 집 모두 반찬이 심심한 편이다. 새재 관광 코스는 제법 힘들다. 추천. 새재를 오르기 전, 혹은 새재 관람 후 들러도 좋다.

 

가나다라브루어리
가나다라브루어리

‘문경주조’& ‘가나다라브루어리’

좋은 음식은 좋은 식재료로 만든다. 좋은 식재료에 정성을 더하면 좋은 음식이다. 좋은 식재료를 고르는 것도 음식 만지는 이의 능력이다. 잘 골랐더라도 비싼 가격,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같은 지역이라도 오미자밭에 따라서 오미자의 질은 다르다. 같은 밭이라도 고랑마다 오미자의 질은 달라진다. ‘문경주조’는 이런 차이를 가리고, 비싼 가격을 지불하더라도 마음에 드는 오미자를 구한다. 찹쌀, 오미자가 ‘문경주조’의 주요 재료다. 찹쌀로 술을 빚어, 찹쌀탁주, 오미자 탁주, 맑은 문희주를 만든다. 인근에서 생산하는 유기농 찹쌀을 구해서 사용한다. ‘문희’와 오미자가 들어간 ‘오미자탁주’, ‘맑은 문희주(청주)’ 등을 선보인다.

많은 종류의 술을 빚지는 않지만 ‘문경주조’ 나름으로는 ‘다품종 소량 생산’을 지향한다. 별나게 만들었다 싶은 것은 ‘오희’다. ‘문경 오미자 스파클링 막걸리’다. 탄산이 살아 있는 막걸리다. 색깔이 붉다. 오미자를 사용했다. 인위적인 감미료, 첨가제는 사용하지 않는다. 오미자 자체 색상을 그대로 드러내고 살렸다.

 

문경주조
문경주조

‘문희(聞喜)’는 문경의 옛 이름이다. ‘문희경서(聞喜慶瑞)’ “경사스럽고 상서로운 소식을 듣고 즐거워한다”는 뜻이다. ‘문경주조’와 대표 술 ‘문희’는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선정되었다. 문경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진 양조장이 된 것이다.

올가을에는 ‘호프를 재료로 마치 막걸리 빚듯이 만든 술’을 선보인다. “맥주 아니냐?”고 물었더니 “맥주이긴 한데 법적으로는 맥주 가공시설로 허가를 받지 않았으니 맥주가 아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아들이 양조장에서 일을 돕고 있다. 일일이 수제로 술을 빚으니 손목부터 고통스럽다. ‘술 짜는 기계’를 써봤다. 술맛이 달라지니 기계로 술을 만들기도 힘들다. 아들의 합류가 힘이 되고, 고맙다.

‘가나다라브루어리’는 브루어리(Brewery), 맥주 양조장이다. 공장 2층에서 공장 내부를 볼 수 있고 여러 종류의 맥주를 시음할 수 있다. ‘점촌 IPA Original’ ‘문경새재 페일에일’ ‘은하수 스타우트’ ‘주흘 바이젠’ ‘오미자 에일’ 등 이 양조장에서 생산되는 수제 맥주를 시음하거나 소량으로 살 수 있다. 공장 내부에는 20~30대의 젊은 직원들이 10명 남짓 보인다. 젊은 직원들이 맥주 공장과 2층 시음장을 동시에 관리한다.

점촌, 문경, 주흘, 오미자 등은 이 지역과 연관이 있는 이름들이다.
/음식평론가 황광해

    음식평론가 황광해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