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종경북대 교수·노문학
김규종 경북대 교수·노문학

9월 3일자 ‘다음’ 포털 사이트 실검 1-2위를 다툰 제목은 ‘근조 한국언론’과 ‘한국기자 질문수준’이다. 양자 모두 ‘조국 기자 간담회’ 결과 검색순위 1-2위에 올랐다. 청문회가 무산될 지경에 이르자 여당과 후보자가 ‘기자 간담회’ 형식으로 법무장관 후보자에게 쏠렸던 세간의 의혹을 묻고 답하는 자리를 만든 것이다. 휴게시간 포함 10시간 40분이 소요됐다는 1박 2일 기자 간담회는 처음 있는 일이라 한다.

‘근조 한국언론’이야 재론의 여지가 없지만, ‘한국기자 질문수준’은 흥미로운 제목이다. 한국의 내로라하는 언론사 기자 150여 명이 8시간 40분 동안 100개의 질문을 던지고, 후보자가 응답한 희대의 기자 간담회. 시종일관 간담회를 지켜본 대중이 제기한 문제는 ‘저러고도 기자인가’ 하는 것이었다.

중복질문과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고 의혹을 제기하는 수준의 질문이 차고 넘쳤다는 것이 대중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기자(記者)’는 본디 ‘쓰는 사람’이다. 한자말을 풀면 자신의 언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기자이거나 기자여야 한다. 자신의 언어를 가진다함은 자신의 사유와 논리를 타자에게 설득력 있게 쓰고 말하는 능력을 소유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 능력은 어디서 오는가?! ‘학이사(學而思)’가 정답이다. 공부하고 생각하는 것에서 기자의 능력이 생겨나고 발현한다. 공부함은 독서를 의미하고, 그것에 기초해 사유를 끝까지 밀고 나가는 것이 생각함이다.

‘학이사’는 지식인의 기본적인 자세이기도 하다. ‘논어’ ‘위정편’에서 공자는 일갈한다. “책을 읽되 생각하지 않으면 기망을 당하기 쉽고, 생각하되 책을 읽지 않으면 위태롭다. 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 여기서 나온 결론이 ‘학이사’다. 문제는 한국의 기자들이 책을 읽는 것에는, 달리 말하면 공부 잘하는 데에는 특화(特化)되어 있지만, 생각하는 훈련은 태부족하다는 점에 있다. 시험은 잘 치는데, 생각하는 능력이 부족한 것이다.

시험 잘 치고 공부 잘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뛰어난 집중력과 암기력이다. 단순암기로 성적 끌어올려 스카이 가서 언론고시 합격하면 기자가 된다. 거기서 끝이다. 공부는 잘하지만, 기자로서 가져야 할 기본 덕목이자 책무인 사유와 인식능력이 결여돼 있다. 그래서 그들은 거기서 거기인 질문을 되풀이하고, 자기가 무슨 질문을 하고 있는지조차 온전히 파악하지 못한다.

기자는 교사와 전문기사, 과학자와 금융가 등과 더불어 최고 지식인 집단이다. 무엇보다 그들은 사실을 올바르게 전달하고, 그것에 기초해 인과관계와 필연성을 고려하면서 정확한 분석과 문제제기 능력을 소유해야 한다.

언론이 사회 발전단계의 척도이자, 미래기획의 초석이기 때문이다. 사태를 제대로 직시하고, 타자에게 무조건적으로 동조하거나 비판에 편승하는 기자는 기자가 아니다. 그것은 저잣거리 대중의 속성이다.

근자에 대중에게 뭇매를 맞고 있는 한국언론과 기자를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 금하기 어렵다.

스마트폰으로 무장한 21세기 똑똑한 대중을 설득하지 못한다면 언론과 기자의 소명과 존립근거는 취약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