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형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

“….하늘 붓은 청명한 가을 하늘을 그리고, 마음의 붓은 하늘을 향해 소원을 그리는 9월입니다. …. 가을 대추는 여름날에 품은 땡볕과 우뢰와 열기로 고운 빛을 빚어냅니다. ….”

성분을 바꾼 바람이 시를 부르는 9월이다. 많은 가을 시 중에서 앞에 인용한 시(예강 ‘평온하게 하소서’)에 시선이 멈췄다. 시를 읽다가 올려다 본 은행나무에서 9월의 모습을 보았다. 늘 푸를 것만 같았던 은행나무가 여름내 품었던 푸른색을 겨울을 견뎌야 하는 나무들에게 나눠 주고 있었다. 철을 거스르지 않는 자연은 올해도 오감(五感) 풍성한 가을을 선물하고 있다.

하지만 철이 없는 이 나라는 해가 거듭될수록 지독한 혼돈에 빠지고 있다. 그것을 잘 보여주는 뉴스가 있다. “세계 최초 ‘출산율 0명대 국가’ 한국” 조국이 조국답지 못 하다는 우스갯소리가 한창이던 지난 주 필자의 이목을 끈 뉴스이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엄청난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결과는 출산율 저하가 아니라, 출산 실종 현상을 초래하였다.

다른 수치도 절망적이지만 나라의 미래가 걱정되는 가장 암울한 수치가 출산율이다. 국가의 3요소는 국민, 영토, 주권이다. 이 중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국민이다. 우리가 주권과 영토를 빼앗겼을 때에도 국가가 없어지지 않았던 이유는 바로 빼앗긴 것을 꼭 되찾고자 하는 강한 열망과 그 열망을 행동으로 옮긴 국민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출산율 0대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이 나라를 굳건하게 지켜온, 또 지킬 국민이 사라지고 있다.

0명대 출산율의 비극을 가장 절감하는 곳은 학교이다. 혹 학교가 무너지면서 출산율도 무너진 것은 아닐지? 그렇다면 답은 다시 교육이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정책들도 좋지만, 그와 병행해서 교육을 살리는 일에 좀 더 매진해야 한다. 자유학년제, 고교학점제 등으로는 안 된다. 이들 정책들이 주효했다면 교육 붕괴는 예전에 멈춰야 했다. 그런데 우리 교육은?

물론 필자도 교육을 살릴 묘수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교육수요자들은 교육의 본질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교육의 본질이란 인간을 인간답게 성장시키는 것이다. 산자연중학교에서는 그 교육의 본질을 마을학교 프로그램을 통해 구현하고 있다. 마을 어르신들은 물론, 학생, 학부모, 교사들의 만족도도 매우 높다. 그 만족도가 다른 지역 학생들을 경북 교육 안에 계속 머물게 하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필자는 마을학교를 시작하면서 교육 단계를 세 단계로 설정하였다. 첫 번째 단계는 다른 지역에서 찾아오는 교육. 두 번째 단계는 고향을 떠난 사람들이 자녀 교육을 위해 다시 고향으로 되돌아오는 교육.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는 그들을 고향에 계속해서 머물게 하는 머무는 교육. 앞 두 단계는 성공했다. 이제 마지막 단계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노력이라고 해서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마을의 품 안에서 어르신들을 공경하고, 나만을 위한 꿈이 아닌 우리 모두의 행복을 위한 꿈을 꾸고, 그것을 이룰 수 있도록 학생들을 지도하면 된다. 그런 교육에 입시 따위가 끼어들 자리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