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선거를 7개월여 앞두고 정치권에 ‘보수 대통합론’이 화제다. 문재인 정권의 실정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도덕성에 대한 회오리 바람으로 정국이 한껏 어수선해지면서 범보수 정치세력이 고무돼 활발하게 움직이는 흐름이다. 그러나 작금 행태를 보면 ‘반문 연대’라는 이름으로 문 대통령을 반대하여 꺾어내기 위한 정략적 발상이 판을 치고 있다. ‘가치 동맹’을 거치지 않고 ‘정치 공학’으로 뭉치는 대통합 발상은 무조건 실패한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27일 최근 떠오르는 보수 대통합과 관련해 “내려놓는 것에서 통합의 출발”이라고 말했다. 황 대표는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자유 우파 정당들이 나뉘어 있는데 그 정당의 리더나 구성원들이 기득권을 내려놓지 못해 통합의 물꼬를 트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답은 뻔하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릇부터 다 비운 다음, 백지를 펼쳐놓고 사람들을 모으는 것이 지름길이라는 황 대표의 말은 그르지 않다. 하지만 생각이 제각각인 ‘국민 밉상’ 인사들까지 다 모여서 두 주먹 불끈 쥐고 외치는 ‘닥치고 통합’이 성공할 확률은 대단히 낮다. 이제 명망가를 중심으로 무조건 뭉치고 힘을 보태주던 시절은 흘러갔다. 아니 뭉치는 척할 수는 있어도 진짜 뭉쳐지지는 않는다.

그렇게 보수가 오로지 권력 쟁취 목적으로 뭉치면 중도 민심은 억하심정에 다시 진보를 선택하거나 아예 투표장에 가지 않을 수도 있다. ‘대안’이 없다고 판단할 때 선거를 포기하는 것도 분명한 자유민주주의 시민의 권리다. 진보 민심 결집의 촉매제 빌미가 되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어렵더라도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정치이념을 중심으로 헤쳐모이는 ‘가치 통합’을 추구하지 않으면 결코 민심을 못 얻는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의 비판처럼 ‘반성 없는 반대, 실력 없는 구호, 품격 없는 막말, 연대 없는 분열’로 지리멸렬한 한국당이 중심이 돼서 무슨 감동적인 통합을 일궈낼 것인가. ‘좌파는 10단, 기성 보수는 1단’이라는 개탄이 나오고 있는 판이다. ‘뭉치면 이긴다’는 말은 맞다. 그러나 ‘반문 연대’를 앞세워 무턱대고 뭉치자고 외치는 것은 옳은 방법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