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 대 식

비가 오는 가을

국화 옆에서 내 몸도 시드나 보다

지상에서 사람을 만나

몇은 이별을 하고 몇은 남았다

쇠 살로 된 수레바퀴 아래서

한철에서 다른 한철로

이것이 여행이라면 빨리 다른 곳에 닿고 싶다

비가 오나 보다

젖은 것들이 내 안에서

안개가 되어 피어오른다

사람 이전

깊은 중력의 물기를 머금고 올라오는

푸르고 푸른 감각들

깊은 상처 위에 혓바닥을 대본다

더 따뜻하게 비를 맞고 서 있지 못해서 미안하다

시인의 삶이 얼마나 핍진하고 열악한가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수레바퀴처럼 반복적으로 굴러가는 힘든 삶에서 탈출하고 극복해 나가려는 시인의 간절한 심정을 읽을 수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