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와다 하루키(和田春樹)는 1938년 오사카에서 태어나 1960년 도쿄(東京)대학 서양사학과를 졸업했다. 1966년부터 도쿄대학 교수로 재직했으며 1998년에 정년퇴임했다. 러시아사와 북한 현대사 연구에 뛰어난 업적을 남겼으며 학자로서의 활동뿐 아니라 베트남전 반대 운동, 한국 민주화운동과의 연대 등 행동하는 진보 지식인이다. 2010년 제4회 후광 김대중 학술상, 2012년 DMZ 평화상을, 이번에는 만해평화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김일성과 만주항일전쟁’ ‘북조선: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러일전쟁과 대한제국’등이 있다.

그는 지난주 ‘한국은 일본의 적인가?’라는 화두를 통해 일본 아베 정권의 한국에 대한 무역 보복 조치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그는 벌써 일본인 8천명 이상이나 서명을 받았는데 그중 3천500명이 그 사유까지 밝히면서 서명을 했다고 한다. 그는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하여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로서는 반길만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아베의 횡포에 대해 노 재팬(No Japan)이 아닌 노 아베(No Abe)를 외쳐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본에는 우리와 뜻을 같이 하는 양식 있는 국민이 상당히 많다. 아베 정권이 극우 정치와 헌법 개정을 통한 패권 국가 지향을 반대하는 국민이 많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하루키 교수의 주장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상당히 크다. 그는 1965년 한일 협정은 정치적 타협의 산물로 그 정당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협정 체결 시 일본 정부는 1910년 한일 병합을 정상적 합의로 보았지만 우리 한국은 부당한 강제 병합이라는 입장이었다. 그러므로 그는 일본이나 한국 학자들의 ‘식민지 근대화론’에는 매우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한다. 일제 시 일본의 교육이나 산업 투자는 조선 근대화의 촉진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는 일제의 식민지 교육은 조선의 동화, 말살 정책이며 한국인들에게 큰 문화적 정신적 상처를 남겼다는 것이다.

그는 1993년 위안부 문제에 관한 고노(河野)담화나 1995년 식민지 지배를 사과한 전 총리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담화를 적극 지지하는 입장이다. 최근 일본의 경제 제재의 빌미가 된 강제 징용의 개인의 청구권 요구도 정당하다는 것이다. 그는 종군 위안부가 1명도 없었다는 일본의 주장은 일본 보수층에서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시 전시 종군위안부는 다양한 경로로 모집되었으며 일본군의 강제성은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시 군 위안소는 강간 센터의 역할을 했으며 군의 강제성 인정은 상식이라는 것이다.

그는 경색된 한일 관계의 해결책으로 아베의 대한(對韓)정책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양식 있는 양국 국민 사이의 유대가 강화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양식 있는 양국의 시민단체의 연대와 협력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실 한국인 강제 징용자 보상 문제도 일본의 양식 있는 변호사들이 동참하여 한국 대법원의 승소를 이끌었다. 와다 하루키 교수는 ‘정권은 일시적이지만 국민관계는 영원하다’는 말을 남겼다. 우리도 한일관계의 경색된 국면을 풀기 위한 양국 시민 연대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