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보수통합 토론회에서 안팎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 막말을 난사했다. 자유한국당 김무성·정진석 의원 주최로 20일 보수통합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열린 토론, 미래’ 토론회에서 김 전 지사는 김무성 의원 면전에다 대고 “앞으로 천 년 이상 박근혜의 저주를 받을 것”이라고 쏘아붙였고, 문재인 대통령을 두고는 ‘총살감’이라고 공격했다. 도무지 분노를 다스리지 못하는 듯한 그의 폭언은 듣는 이들에게 큰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

이날 토론회 연사로 나선 김 전 지사의 험구는 보수통합의 출발점으로 ‘박 전 대통령 탄핵 반대’를 주장하면서 비롯됐다. 그는 “한국당이 정신이 빠졌다. 나라를 탄핵해서 빨갱이에게 다 넘겨줬다”면서 “적어도 박근혜가 저보다 더 깨끗한 사람이라고 확신한다. 그 사람은 돈을 받을 이유도 없고 돈을 받아서 쓸 데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탄핵에 찬성했던 김무성 의원을 겨냥해 “박근혜가 뇌물죄로 구속된 것에 분노하지 않은 사람이 국회의원 자격이 있나”라며 “김무성 당신은 앞으로 천 년 이상 박근혜의 저주를 받을 것”이라고 공격했다. 그러면서 “박근혜가 감옥에 가 있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 문재인·조국부터 쳐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방송과 지하조직, 청와대, 문화·예술·법조·행정·정당 모두 좌익들이 잡았는데 하는 짓을 보면 계속 빨갱이라고 커밍아웃을 한다”며 “빨갱이인 신영복을 문 대통령이 가장 존경한다고 한 것은 ‘나 빨갱이요’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김 전 지사는 나아가 “다스 가지고 무슨 이명박 대통령을 구속하나. 그러면 문재인 이분은 당장 총살감”이라며 흥분했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발끈하고 나섰다. 박광온 최고위원은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전 지사의 발언과 관련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발언”이라고 지적하면서 “한국당도 똑같은 생각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설훈 최고위원도 “김 전 지사의 발언은 도를 넘어도 한참 넘은 얘기”라며 “망언, 실언을 넘어 극언”이라고 비난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한 라디오 방송에서 “한국당이 갖고 있는, 내재돼 있는 한계”라고 비판했다.

정치권 안팎은 김 전 지사의 발언에 대해 대체로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무엇보다도 그 같은 극단적인 언행이 자신이 소속돼 있는 당에 대해서 얼마나 해악을 끼치는지를 인식하지 못하는 게 문제다. 정권을 잡은 더불어민주당이 ‘무능’과 ‘오만’으로 국민의 비판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그런데 자유한국당은 기회를 살리는커녕 ‘무능’에다가 ‘막말’‘내분’의 이미지까지 굳혀가고 있다. 한없이 무너지고 있는 제1야당의 자폭(自爆) 행태가 안타깝기 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