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는 맨발 대학(Barefoot College)이 있습니다. 한국 맨발 학교가 맨발로 걷는 행위를 통한 배움이라면, 인도 맨발 대학에서 말하는 ‘맨발’은 하나의 상징입니다.

1967년 기근에 시달리던 인도 비하르 주를 방문했던 벙커 로이는 굶주리고 교육받지 못하고 천대받는 하층민들의 비참한 삶을 목격합니다. 커다란 충격에 휩싸인 그는 인생의 방향을 완전히 바꾸어 황무지와 다름없는 시골에 내려와 맨발 대학을 설립합니다. 이름은 대학이지만, 맨발 대학은 여타 교육기관으로서의 대학과는 다른 의미를 갖습니다. 학위를 주는 곳이 아니라 ‘인간다운 삶’을 주는 곳이지요. 사회에서 필요한 사람을 키우는 게 아니라 사회를 살기 좋게 만드는 사람을 길러내는 곳입니다.

맨발 대학에는 교과 과정이 없고 교수도 없습니다. 인도 사회에서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가난한 농민들, 임금 노동자들, 소외받는 불가촉천민과 여성들, 장애인들이 학생이자 선생이 되어 자유롭게 서로를 가르치고 배웁니다. 먼저 온 사람이 나중에 온 사람을 이끌어 주는 방식의 교육 시스템입니다. 예를 들면, 식수가 부족해 사람들이 죽어가는 마을에서 온 학생은 직접 수동 펌프 기술을 익힙니다.

생전 처음 마을 밖으로 나온 여성들은 말도 안 통하고 문자도 읽을 수 없지만 오로지 모방, 반복, 따라 하기 같은 원초적인 학습을 통해 6개월 만에 수동 펌프 기술의 달인으로 변신하는 거지요. 태양열 조리기 기술을 이곳에서 배운 세나즈씨는 말합니다.

“매일 400명이 넘는 주민들이 이 조리기로 만든 음식으로 식사를 해요. 100명이 이 조리기를 사용하면 한 달에 84㎏의 가스연료를 절감하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세나즈씨는 이 기술을 배운 덕분에 한 달에 2천190루피, 미화 약 56달러를 법니다. 인도에서는 여성이 이렇게 큰돈을 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지요. 돈을 벌 수 있게 되자 집안에서 발언권도 덩달아 강해졌습니다.

가난에 찌들고 계급 사회의 차별과 억압에 눌려 비참하게 살아가는 이들을 위해 기득권을 포기하고 헌신한 벙커 로이의 삶이 허덕이며 살아가던 수천, 수만 인도인들에게 한 줄기 빛을 선물합니다. 그들은 맨발 대학에서 인간의 존엄성과 자신감을 회복합니다. 대학 졸업장이 줄 수 없는 진정한 배움의 기쁨 가득한 곳입니다.

맨 얼굴과 맨손과 맨발로. 자연 그대로 세상 그대로를 온몸으로 느끼고 품고 동행할 수 있는 사람들이 하나씩 둘씩 늘어나는 아름다운 날을 꿈꿉니다.

/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대표

    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대표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