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
조선 최고 권력자 한명회 역

드라마 찍다 말에 밟히는 사고
감독의 ‘쟤 치워’ 소리에 상처

고두심·박원숙·정혜선 등과
황혼의 로맨스 연기 해보고파

배우 손현주.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광대들: 풍문조작단’이 사실상 제 첫 사극이에요. 사극에 트라우마가 있어 그동안 피했거든요.”

1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배우 손현주(54)는 데뷔 이후 30년 가까이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했지만, 그동안 사극을 멀리했던 이유를 털어놨다.

손현주가 자신의 “첫 사극”이라고 밝힌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은 조선 시대 팔도를 무대로 풍문을 조작하고 민심을 뒤흔드는 광대패 5인방에게 조선 최고의 권력자 한명회로부터 조카를 죽이고 왕이 된 세조의 미담을 만들어내라는 명을 받는다는 설정에서 출발한다.

오는 21일 개봉하는 이 영화에서 손현주는 세조를 왕위에 세우는데 가장 큰 공을 세운 공신이자 지략가인 한명회를 연기했다.

“영화 사극은 처음이고, 드라마로도 거의 한 적이 없어요. 1991년 KBS 대하드라마 ‘삼국기’가 있었는데, 제가 그때 말에 밟혀서 다쳤거든요. 그때 감독님이 ‘야 쟤 치워’ 이러더라고요. 몸도 마음도 아팠죠. 그 이후 사극은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닌가 싶기도 했어요. 이후 4부작 드라마를 한 적도 있긴 한데, 정식으로는 ‘광대들’이 처음이죠.”

그는 첫 사극 영화로 ‘광대들: 풍문조작단’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이야기가 참신했다. 기왕 (사극) 하는 것이라면 한명회에 도전해보자 싶었다”며 “앞으로는 사극도 많이 하게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손현주는 “이번 영화를 통해 어느 정도 트라우마를 극복했다”고 웃었다.

“말과 불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었는데, 이번에는 말 타고 불에 들어가라고 하더라고요. 뜨겁고 두려웠어요. 너무 뜨거워서 귀 분장이 녹아내릴 정도였죠. 컴퓨터 그래픽(CG)이 아니었어요. 말 고삐를 잡고 있는 사람을 보조출연자에서 조련사로 바꿔 달라고 건의했는데, 그런데도 다치면 어떡하나 걱정이 됐어요. 나중에 모니터링했더니 그림이 잘 나왔더라고요. 그래서 말에 대한 트라우마가 많이 없어졌어요.”

팩션 사극이지만, 손현주가 연기한 한명회는 실존 인물인 만큼 좀 더 신경을 써야 했다.

손현주는 “그동안 수차례 그려진 한명회보다 덜 어렵게 만들고 더 편하게 볼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배역 자체는 무게감이 있었죠. 한명회의 위엄을 보여주기 위해 수염도 길게 하고 뾰족 귀도 만들었어요. 칠삭둥이였지만, 기골이 장대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동안의 드라마와 영화에서는 왜소하게 나왔지만, 이번에는 풍채가 있는 것으로 만들었습니다.”

손현주는 영화 속 광대패 리더 덕호를 맡은 조진웅과의 호흡을 자랑했다. 두 사람은 2009년 KBS 2TV 주말극 ‘솔약국집 아들들’에서 처음 만났다.

그는 “조진웅 뿐 아니라 세조역 박희순, 광대패 고창석 등 모두 친한 사람이라 현장에서도 나를 형 대접 안 하고 친구처럼 지냈다”며 “(이렇게 친하면) 자칫 내용물이 흔들릴 수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데뷔 초반 긴 무명시절을 겪은 손현주는 지난 30년 동안 드라마 ‘장밋빛 인생’(2005), ‘추적자 더 체이서’(2012), 영화 ‘숨바꼭질’(2013), ‘악의 연대기’(2015), ‘보통사람’(2017) 등 굵직굵직한 작품에 다수 출연하며 연기 신(神)의 반열에 올랐다.

그는 “연기라는 것은 내가 한 선택이므로 군말하지 않고 책임을 져야 한다. 다치는 것도 내가 조심하지 않으니까 다친 것”이라며 “앞으로도 이 마음을 계속 가지고 연기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최근에는 악역과 특별출연을 자주 하고 있기도 하다. 현재 방송 중인 KBS 2TV 수목극 ‘저스티스’에서도 악역을 맡고 있고 특히 tvN 드라마 ‘시그널’(2016)에서 악역으로 특별출연해 화제가 됐다.

“‘시그널’ 때 나와달라고 해서 갔는데, 나중에 봤더니 제가 가장 나쁜 놈이더라고요? (웃음). ‘광대들’에서는 악역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세조 입장에서 한명회는 충신이죠.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른 거죠. 박서준 씨와의 인연으로 영화 ‘이태원 클라쓰’에도 특별출연할 예정입니다.”

그는 “황혼의 로맨스를 해보고 싶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저는 고두심·박원숙·정혜선 선배 등과 함께 연상의 여인을 사랑하는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 40∼50대 남자가 60대 이상 여성을 사랑하는 멜로가 나오면 왜 안 되나요? 나이가 들어도 여자는 여자, 남자는 남자입니다. 키스 신도 별로 안 해봐서, (시켜주면) 사정없이 키스할 것 같아요. (웃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