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가은 ‘우리집’·김보라 ‘벌새’
봉준호·박찬욱 거장 응원 나서
담백한 시선과 섬세한 전개로
아역배우들 스크린서 살아숨셔

‘우리집’ /롯데엔터테이먼트 제공

한동안 뜸했던 여성 감독 영화가 극장가에 잇따라 내걸린다. 한국 상업영화 정형성을 탈피한 참신한 소재와 스토리, 여성적 시선을 반영한 수작들로, 극장가에 다양성을 불어 넣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5일 유은정 감독의 ‘밤의 문이 열린다’가 개봉한 데 이어 오는 22일과 29일에는 ‘우리집’(윤가은 감독)과 ‘벌새’(김보라 감독)가 차례로 개봉한다.

‘우리집’은 전작 ‘우리들’로 호평받은 윤가은 감독이 4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가족 문제를 해결하러 직접 나선 아이들 이야기를 아름다운 색채와 담백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냈다.

‘벌새’는 1994년을 배경으로 14살 소녀 은희의 일상을 세밀화처럼 그려낸 작품.

호기심 많은 중학교 2학년 소녀가 가족을 비롯해 다양한 구성원과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면서 한뼘씩 성장하는 과정을 차분하게 좇아간다. 각종 유수 영화제에서 25개상을 받아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됐다.

거장 봉준호와 박찬욱 감독이 ‘우리집’과 ‘벌새’를 각각 응원하고 나서 관심을 끈다.

9월에는 한국영화아카데미 출신 한가람 감독의 ‘아워 바디’가 관객을 만난다.

영화 ‘동주’와 ‘박열’로 강한 인상을 남긴 배우 최희서가 주연하는 작품으로, 불확실한 미래에 지친 8년차 행정고시 준비생 자영이 ‘달리는 여자’ 현주를 만나 달리기를 시작하면서 세상 밖에 나오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최희서는 이 작품으로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배우상을 받았다.

작품성이 뛰어난 여성 감독 영화가 한꺼번에 많이 나오는 것은 한국영화 다양성 측면에서 반길 만한 일이다. 김보라 감독 역시 “맛집이 몰려있을 때 사람들이 더 많이 찾는 것처럼, 여성 감독 영화가 여러 편 개봉해 오히려 반갑다”고 말했다.

'벌새' /엣나인필름 제공

다만, 이들 작품 대부분은 제작비 10억원 미만으로, 저예산 독립영화 현실을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씁쓸함을 남기기도 한다. 극장을 잡기 힘들기 때문에 여름 성수기가 끝나고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전이나, 추석 연휴 이후 개봉일이 몰린 것이다.

물론 여성 감독이 저예산 독립영화만 만드는 것은 아니다. 올해는 상업영화에서도 여성 신예 감독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지난 1월에 엄유나 감독 ‘말모이’가 287만명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박누리 감독이 류준열을 기용해 만든 영화 ‘돈’은 3월 개봉해 339만명을 불러모으며 흥행 대박을 터뜨렸다.

오는 10월 말에는 ‘82년생 김지영’이 개봉한다. 2016년 조남주 작가가 발간한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이 원작으로,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친정엄마, 언니 등으로 빙의된 증상을 보이는 평범한 30대 여성 김지영에 관한 이야기를 그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