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제74주년 8·15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일본 정부에 대해 ‘대화’ 의지를 피력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지금이라도 일본이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온다면 우리는 기꺼이 손을 잡을 것”이라면서 “공정하게 교역하고 협력하는 동아시아를 함께 만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이날 ‘대화’ 의지 확인이 일본의 무역보복으로 시작돼 고조 일변도를 걸어온 한일 경제갈등의 전환점을 만들게 될 것인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국제 분업체계’를 화두로 일본 이야기를 시작했다. “국제 분업체계 속에서 어느 나라나 자신의 강점을 앞세워 성공을 꿈꿀 수 있었다”면서 “침략과 분쟁의 시간이 없지 않았지만, 동아시아에는 이보다 훨씬 긴 교류와 교역의 역사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광복절은) 청일전쟁과 러일전쟁, 만주사변과 중일전쟁, 태평양전쟁까지 60여 년간의 기나긴 전쟁이 끝난 날이며, 동아시아 광복의 날이었다”고 회고했다. 또 “과거를 성찰하는 것은 과거에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딛고 미래로 가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일본이 이웃나라에게 불행을 주었던 과거를 성찰하는 가운데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함께 이끌어가길 우리는 바란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북한의 몇 차례 우려스러운 행동에도 불구하고, 대화 분위기가 흔들리지 않는 것이야말로 우리 정부가 추진해온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큰 성과”라고 말해 북한의 거듭된 미사일 도발에도 불구하고 ‘전략적 인내’를 통해 평화 무드를 지켜나가겠다는 뜻을 암시했다. 그러면서 “임기 내에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확고히 하겠다고 다짐한다”며 “그 토대 위에서 평화경제를 시작하고 통일을 향해 가겠다”고 강조했다. 또 “2032년 서울-평양 공동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늦어도 2045년 광복 100주년에는 평화와 통일로 하나 된 나라(One Korea)로 세계 속에 우뚝 설 수 있도록, 그 기반을 단단히 다지겠다고 약속한다”고 말했다.

납북 작가 김기림의 ‘새 나라 송’에 나오는 ‘아무도 흔들 수 없는 새 나라’를 화두로 삼은 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는 예년과 다르게 경제 문제에 초점이 맞춰졌다. 사회 각 분야의 교수 등 전문가와 국회의원 등 정치인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의 결과물로 알려져 있다. 문 대통령이 경축사에서 기존의 날카로운 대일 강경 모드를 접고 ‘대화’를 제의한 것은 만시지탄이지만 다행한 일이다. 지난해 10월 대법원판결 이후 망가지다 못해 아예 실종된 대일외교를 복원하는 계기로 삼길 바란다. 이제는 드라마틱한 출구전략을 찾아내야 한다. 더 엇나가서는 안 된다. 승자가 있을 수 없는 작금의 한일 무역전쟁은 백해무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