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들은 다양한 신호를 통해 자신과 주위 동료들을 진정시키고 무리를 안정시킨다. 이러한 신호를 사람이 이해할 수 있거나 응용해 반려견에게 보낼 수 있다면 반려견의 불안감이나 스트레스를 빨리 해소시킬 수 있다.

헝가리의 에오트보스 로란드 대학의 아틸라 앤딕스(Attila Andics)라는 동물 행동학자와 연구팀은 훈련된 개 11마리의 뇌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진행했는데, 개의 뇌 스캔이 진행되는 동안 연구팀은 개들에게 ‘하하하’ 혹은 ‘흑흑’ 같이 사람이 울고 웃는 등 200여 가지의 감정 소리들을 차례로 들려주면서 뇌 조직 신호의 변화를 관찰했다.

이와 똑같은 환경과 방식으로 사람을 대상으로도 실험을 진행하고 두 개의 실험 자료를 비교해 보니, 감정 소리를 인식하는 개와 사람의 방식이 매우 흡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테면 누군가 웃거나 울거나 하는 소리에 대한 개와 사람의 뇌 신호 움직임이 매우 유사하게 나타나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이는 개 역시 사람처럼 감정이 섞인 음향신호에 뇌가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 때문에 종종 사람이 말을 하면 마치 개가 알아듣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는 것이다.

배가 고프거나, 덥거나, 목이 마르거나 소란스러운 스트레스 환경이 해소되지 못하면 개들은 사람이 그러하듯이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주인이 관심을 가져주지 않을 때 받는 외로운 감정이나 다양한 감정적 원인에 의한 욕구가 충족되지 못하면 개도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는데, 이런 스트레스가 지속적으로 반복되면 개의 육체적, 정서적, 심리적 균형이 깨질 수 있다.

스트레스를 받는 개의 신체적 징후는 구토, 용변실수, 부적절한 배뇨, 피부병, 과도한 탈모, 식욕부진 등이 있고, 정서적인 이상징후는 떨기, 심하게 낑낑거리기, 지속적인 짖음, 물어뜯음, 물기, 활동량의 증가나 감소 등이 있다.

스트레스나 불안감으로 인해 시작된 행동들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버릇이 되고, 문제행동들이 되며 그 행동들을 하지 않으면 불안해지는 강박신경증을 가지게 된다. 사람이 스트레스로 인해 가지게 되는 신체적 질병을 비롯해 우울증, 강박증 등 심리적 문제들을 개 관련 연구로 원인을 밝히고자 하는 노력들이 진행되고 있다.

이탈리아 트렌토 대학의 조르조 발로티가라(Giorgio Vallortigar) 교수 연구팀은 43마리의 개에게 미리 녹화된 영상을 보여주고 심장박동수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개에게 보여준 영상은 개가 꼬리를 왼쪽 방향으로 흔드는 영상, 오른쪽 방향으로 흔드는 영상, 꼬리를 흔들지 않는 영상 등 총 세 종류였는데, 연구팀이 세가지 영상을 본 개들을 관찰한 결과, 왼쪽 방향으로 꼬리를 흔드는 영상을 본 개들은 심장박동이 빨라지는 등 불안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오른쪽 방향으로 꼬리를 흔드는 영상을 본 개들은 반대로 안정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개의 심리 상태에 따라 꼬리를 흔드는 방향이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왼쪽으로 더 강하게 꼬리를 흔드는 개들은 우뇌가 활성 되는데, 우뇌는 부정적인 반응이나 불안, 두려움과 관련되어 있다.

즉, 영상 속 개의 불안한 심리가 흔들리는 꼬리를 통해 다른 개들에게도 전달된 것이다. 꼬리를 흔드는 행위가 다른 개들에게 이해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이런 연구들이 진행되었는데 개가 다른 동물의 상태를 알기 위해 꼬리를 사용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개는 눈빛으로 의사소통하기도 하는데 도쿄공업대학의 우에다 사요코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개들이 동료 간에 서로 눈빛을 확인하기 수월한 개과 동물일수록 무리지어 생활하고 협동해 사냥하는 생활방식을 가진다고 밝혔는데 사람들이 눈빛 교환을 하면서 의사소통을 하듯, 개 역시 유사한 방법으로 의사소통 하고 있음을 밝히기도 했다.

이외에도 개와 관련된 지금까지의 연구들을 정리해보면 개는 사람과 유사한 뇌기능을 가진 영역이 있다.

사람의 뇌와 개의 뇌를 비교해보았을 때 정보를 기억하거나 사고를 담당하는 대뇌신피질은 차이가 있지만, 기쁨, 슬픔, 두려움, 싫음, 좋음 등을 느끼는 감정과 관련된 대뇌변연계는 사람과 거의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인간과 같이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동물인 개와 관련된 연구가 보다 체계적으로 진행되면 사람의 심리, 정신과 관련한 뇌과학 연구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서라벌대 반려동물연구소 소장·마사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