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휘 논설위원
안재휘 논설위원

‘애국가’가 위험하다. 이 나라 헛똑똑이 리더들의 어리석은 오만이 하늘을 찌른다. 반일(反日) 선동에 혈안이 된 집권당 인사들의 경거망동 또한 한도 끝도 없이 이어지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인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에서 ‘안익태 곡조 애국가 계속 불러야 하나’ 주제의 공청회를 열고 “친일 잔재를 청산할 수 있는 최적기”라고 주장했다. 과거에도 작곡가 안익태의 친일행적 문제로 애국가가 논란이 된 바 있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안익태에 대한 단편적 평가도 그렇거니와 대한민국 근·현대사 내내 불린 애국가에 대한 뿌리 깊은 국민 정서를 무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논리 때문이었다. 지금 일본의 무역보복을 막아내는데 ‘애국가’ 시비가 대체 무슨 해법이 되는가.

최재성 민주당 일본경제침략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은 한 라디오에 나와 방사능 물질 검출을 이유로 “도쿄를 포함해 여행 금지구역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간사인 신동근 의원은 나아가 ‘도쿄올림픽 보이콧’을 말했다. 올림픽 보이콧은 일본의 무역보복보다도 더 천박한 망발이다. 후쿠시마 방사능과 연결해 내놓는 궤변이 교졸하기 짝이 없다.

여기자 성추행 문제로 물의를 일으킨 전력이 있는 민주당 정봉주 전 의원과 김현 민주당 사무부총장, 최민희 전 의원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코피를 흘리는 그림이 들어있는 ‘일본 가면 코피나(KOPINA)’ 티셔츠 판매를 홍보하고 있다. 그 밖에도 지자체들이 만국기에서 일장기를 내리고, 일본 연수단 방문을 거절하고, 직원들이 쓰는 일본 문구들을 폐기 처분하는 퍼포먼스를 벌이는 등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서울 중구 서양호 구청장은 일본 관광객이 많이 찾는 명동과 청계천 일대 등 중구 전역에 1천100개의 ‘노 저팬’ 깃발을 걸겠다고 나섰다가 시민들의 반발에 부딪혀 깃발을 도로 내리는 망신을 당했다. 시민들이 위정자들보다 더 성숙한 의식을 발휘해 ‘무차별 선동’을 꾸짖은 셈이다.

지난해 10월 우리 대법원은 역사에 오점으로 남을 어리석은 판례를 남겼다. 한국 사법부는 이 판결을 ‘사법 적극주의’라고 지칭하지만, 국제적으로 ‘사법부가 외교 문제를 일으키지 말아야 한다’는 ‘사법 자제의 원칙’을 어겼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글로벌 스탠더드로 말하면 한국은 1965년 청구권협정을 인정하는 게 옳다.

우리 정부는 어떻게 했어야 온당한가. 일본 정부의 반발을 예측하고 청구권협정 제3조 1항에 명시돼 있는 대로 후폭풍에 대해 적극적으로 외교력을 발휘했어야 마땅했다. 제3조 2항에 명시된 ‘중재’ 조항대로 내놓은 일본의 중재 제의 자체를 우리 정부가 8개월 동안이나 묵살했다는 대목은 불순한 의도를 의심하기에 충분하다. ‘아베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행태는 모조리 미심쩍다.

우리 국민은 이미 알고 있다. ‘반일(反日)’이 아니라 ‘반 아베’로 가는 것이 슬기롭다는 것을 훤히 꿰고 있다. 일본도 자유민주주의 국가이므로 현 정권이 문제이지 일본 국민 모두가 문제는 아니라는 것을 더 잘 깨닫고 있다. 일본 사람들은 우리의 후손들이 영원히 함께하며 평화롭게 살아야 할 이웃이라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오직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는 데 혈안이 돼 과거의 냄새 나는 ‘쓰레기통’을 모두 엎어놓고 나라의 ‘미래’를 몽땅 헐값에 팔아먹고 있는 정치지도자들의 망동은 중단돼야 한다. 반론자는 물론 신중론자들마저 무차별적으로 악의에 찬 ‘친일’ ‘매국’ 딱지를 붙여대는 정치꾼들의 저열한 행태는 즉각 청산돼야 한다. 국민을 속이다 못해 자신마저 속이고 있는, 나라를 말아먹을 수도 있는 그 엉큼하고 어리석은 속셈일랑 당장 거두는 게 맞다. 야구장에서 들려오는 미스트롯 우승자 송가인의 애국가가 새삼 뭉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