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한식 경북부
심한식
경북부

8일은 우리나라 꽃인 무궁화의 날이었다. 별 의미없는 상업적인 이벤트에도 관심을 보여온 방송에서도 무궁화를 들먹이거나 의미를 되새기는 보도조차 없이 넘어가 무궁화를 아끼는 국민으로서 실망스러운 하루였다. 지난2007년 민간단체가 주도해 옆으로 누운 8자가 무한대(∞)의 무궁(無窮)을 상징한다는 의미로 8월 8일을 무궁화 날로 지정했다. 정부의 공식 지정을 받지는 못했지만, 무궁화의 날로 지켜져 오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이를 아는 국민은 아주 극소수에 그치고 있다.

기자는 이른 아침부터 공영방송을 중심으로 방송매체의 뉴스 시간을 주의 깊게 시청했다. 그러나 “오늘이 무궁화의 날”이라는 보도나 발언은 한 마디도 들을 수 없었다. 일본의 식민통치 잔재로 이 땅에 남겨진 벚꽃철에 벚꽃축제는 주요 뉴스로 다투어 반복 보도해온 모습과 대비돼 씁쓸하기조차 했다.

“무궁화 무궁화 우리나라 꽃 삼천리강산에 우리나라 꽃” 무궁화를 너무나 쉽게 이해하며 따라 부르던 동요이다. 지금은 어린아이들이 이 동요를 부르는 것을 듣기도 어렵다. 숨바꼭질 하는 아이도 찾아볼 수 없지만 술래가 수를 셀 때 반복했던 것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였을 정도로 무궁화는 항상 우리 곁에 있었다.

지금의 현실은 이 뿐이 아니다. 무궁화의 의미를 교육하고 가꿔야 할 대다수 관공서와 교육현장에서 무궁화를 홀대하고 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면 공영방송에서조차 무궁화에 대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인지도 모르겠다.

서울시가 8일부터 15일까지 서대문형무소와 독립문, 3·1운동 기념탑을 품은 서대문 독립공원에서 ‘서울 무궁화 축제’를 진행하고 있다.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서란다. 무궁화는 특별한 날에만, 특정한 인사들에게, 특정한 곳에서만 대접받아야 할 꽃이 아니다. 전국 어디서나, 국민 누구에게나 가슴속에서 우러나오는 존경을 받아야 명실상부한 나라꽃이 될 것이다. 시인 김춘수는 시 ‘꽃’에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로 노래했다.

누구나 쉽게 볼 수 있고 쉽게 이야기 속에 등장할 때 무궁화가 진정한 나라꽃이 될 것이다. 지금 정부와 국민들은 일본의 무역규제에 따른 경제전쟁의 일환으로 일본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가열차게 진행하고 있다. 극일(克日)을 외치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에게 더욱 다가오는 것이 무궁화다. 일제 강점기 때 우리의 선조들이 목숨바쳐 지킨 것 중의 하나가 무궁화임을 감안하면 무궁화의 날을 올해처럼 흘려보내는게 과연 옳은 일인지 되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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