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으로 채소가격 폭등
포항지역 상인들 ‘울상’
지속적인 고온·병충해 영향
출하량 감소 등 상품가치도↓
불경기에 손님도 뜸해 이중고
앞으로 한달 기온변화가 관건

폭염으로 인해 채소값이 폭등한 가운데 5일 포항 죽도시장 채소골목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황영우기자

“여름 기온처럼 채소값이 쭉쭉 올라 더운 날씨에 속은 타들어 갑니다”

5일 포항 죽도시장에서 만난 상인 정모(57)씨는 최근 손님 발길이 줄어든 데다 채소 가격까지 폭등하면서 걱정이 늘었다고 털어놨다.

22년째 채소 도매업을 하고 있는 그는 “불경기에 장사도 잘 안 되는데 가격마저 발목을 잡으니 상인들 사이에서는 이미 여유가 없어진 지 오래”라며 “날씨가 더워지면서 평소보다 손님이 3분의 1가량 줄었다. 여기다 시금치와 애호박 등 채소 가격이 덩달아 오르면서 단골들도 왜 이리 가격이 올랐냐며 푸념한다”고 덧붙였다.

연일 낮 최고 기온을 갱신하는 폭염 속에 채소 가격이 폭등하면서 죽도시장을 비롯한 지역 상인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장마가 끝나고 폭염이 본격화되면서 채소 품질 관리도 어려워져 이중고를 호소한다.

5일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지난주와 비교해 시금치는 1㎏당 7천120원에서 9천550원으로 34.1%로 폭등했다.

애호박은 1개당 992원에서 1천244원으로 25.4%, 열무 1㎏당 1천990원에서 2천299원으로 15.5% 가격이 상승했다. 적상추도 100g당 908원에서 1천9원으로 11.1% 올랐고 깻잎 100g당 1천442원에서 1천519원(5.3%), 고구마 1㎏당 5천326원에서 5천528원(3.8%), 감자 100g당 207원에서 214원(3.4%), 쌀 20㎏당 5만2천269원에서 5만2천391원(0.2%) 등으로 값이 뛰었다.

찜통더위로 가격이 폭등한 것이 지난해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채소 가격이 오른 데는 날씨 탓이 컸다. 무더위에 시금치 출하 물량이 감소했고, 애호박은 폭염으로 출하 작업이 지연되면서 시장 내 재고량이 감소했다. 고온으로 인한 생육 장애와 병충해 발생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을 부채질했다.

시장 곳곳에서는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더운 날씨에 시장을 찾는 손님이 크게 줄어든 데다 장 보러 온 사람들도 채소 가격이 너무 비싸다며 구매를 꺼린다는 것.

팔지 못한 채소를 처분하는 것도 문제다. 더위에 물러져 가는 채소들은 당일 판매하지 못하면 버려야 해 손해가 크다. 채소 작업 후 보관한 뒤 다음날이 되면 뿌리나 잎줄기 시작부분부터 물이 나오거나 물러져 상품가치가 크게 떨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과일가게 상인은 “냉장보관 등 임시조치를 하고는 있지만, 채소가 무르는 속도를 약간 줄일 뿐 전체 상품 중 40%가 넘는 채소들이 상품으로서 팔리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상인은 “채소가 무르기 시작하면 소비자들에게 팔지 못해 인근 식당주인들에게 염가로 떨이판매를 한다”고 하소연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장 특유의 에누리(가격흥정)도 이제는 상인들의 미덕이 아니라 스트레스로 다가온다고 했다.

관건은 8월의 기온이다. 유통업계는 앞으로 한달 동안의 기온에 따라 다른 제품의 가격도 요동칠 수 있다고 예상한다.

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지난해를 기준으로 올 7월까지는 아직 날씨가 크게 나쁘지 않았다”며 “하지만 광복절까지 2주 기간 동안 기온이 얼마나 오르느냐에 따라 채소 가격이 큰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이라고 말했다.

/황영우기자 hyw@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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