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준열, 영화 ‘봉오동 전투’서 열연
“기다려준 팬 덕에 작품 계속해”

류준열. /쇼박스 제공
영화 ‘봉오동 전투’ 포스터를 보면 역사책에 나온 사진 한장을 보는 듯하다. 다들 행색은 추레하고 땀에 젖어있지만, 하나같이 눈빛에서는 결기가 느껴진다. 그 포스터 한가운데 있는 류준열(33)도 마찬가지다. 목숨을 걸고 이 땅을 지킨 이름 없는 독립군 모습 그 자체다. 그는 이 영화로 ‘국찢남’(국사책을 찢고 나온 남자)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3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류준열은 “원래 포스터용 사진이 아니라 촬영 중 다들 기진맥진한 상태에서 찍은 단체 사진이었는데, 모두가 약속한 것처럼 숙연하게 촬영했다”고 떠올렸다.

‘봉오동 전투’(원신연 감독)는 일제강점기인 1920년 6월, 만주 봉오동에서 독립군 부대가 일본 정규군을 산골짜기로 유인, 포위해 궤멸시킨 승리의 역사를 그린 영화다. 류준열은 발 빠른 독립군 분대장 이장하를 연기했다. 비범한 칼솜씨를 지닌 해철(유해진)과 날쌘 저격수 병구(조우진) 등과 함께 독립군을 이끄는 인물이다. 가끔 만담을 주고받는 해철, 병구와 달리 이장하는 말보다는 눈빛과 행동으로 보여주는 캐릭터다.

류준열은 “비밀 임무를 띤 채 목숨을 걸고 전투에 임하는 역할이라 보니 말이 없을 수밖에 없다”면서 “제가 원래 독립군인 것처럼, 원래 거기에 있었던 것처럼 표현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극 중 계곡과 능선을 달리고 또 달린다. 절벽처럼 가파른 경사면을 미끄러지듯 내달릴 때는 아찔함이 느껴질 정도다. 그가 와이어를 몸에 달고 직접 찍은 장면이다. 산길에선 발목을 삐지 않게 붕대를 동여매고 걸었다.

류준열은 “마적이나 농민 출신 독립군과 달리 정규 훈련을 받은 군인 출신 독립군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면서 “초반에는 울퉁불퉁한 산길을 앞만 보고 걷다가 발을 헛디디기도 했지만, 나중에는 익숙해졌다”고 떠올렸다.

류준열은 도드라지기보다는 독립군 일원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그는 “자기 자신한테 포커스를 맞춘 배우는 없을 것 같다. 유해진 선배 등 기라성같은 배우들도가장 중요시하는 게 밸런스”라면서 “한 명의 영웅이 아니라 숫자로 기억될 수밖에 없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인 만큼, 저 역시 균형을 맞추려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배우들은 역사적 소재를 다룬 영화를 선택할 때 고심하는 경우가 많지만, 류준열은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흔쾌히 출연을 결정했다. 그는 “국사책에 몇줄 나오지는 않지만, 독립운동의 불씨가 된 의미 있는 전투이고, 이름 없이 사라져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점이 마음에 와닿았다”고 말했다.

2015년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로 얼굴을 알린 류준열은 연기와 흥행성을 모두 지닌 배우로 평가받는다. 최근 2년간 그의 행보가 이를 입증한다.

영화 ‘택시운전사’(2017), ‘리틀 포레스트’(2018), ‘독전’(2018), ‘뺑반’(2019)등에 연이어 출연하며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줬다. 신입 주식 브로커가 돈맛에 빠져 몰락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 ‘돈’(2019)에서는 원톱 주연을 맡아 입체감 있는 연기로 관객의 큰 호응을 얻었다.

쉴 새 없이 바쁘게 살아온 그는 최근 숨 고르기를 하며 차기작을 물색 중이다.

류준열은 “팬들이 차기작 소식이 없어 속상해하신다”면서 “그만큼 저를 기다려주시는 분들 덕분에 작품을 할 수 있는 것 같다”고 웃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