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만지기 위해 선 넘거나
식물 등 채취 위해 넘나들어
급기야 감은사지 일부 훼손

[경주] 경주지역 문화재 관리가 허술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출입이 제한된 문화재구역을 넘나들며 무엇인가 채취하는 관광객이 있는가 하면 출입통제선을 넘어 문화재를 만져보는 관람객들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9일 경주시 양남면 읍천리 바닷가에는 천연기념물 주상절리군이 자리 잡고 있었다.

주상절리는 화산활동으로 분출한 용암이 급속도로 식으면서 수축해 만들어진 육각이나 오각기둥 모양의 돌덩어리다. 2012년 9월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다.

경주시는 문화재구역에 출입을 제한하고 문화재를 훼손하거나 동·식·광물을 포획·채취·반출하지 말라는 안내문과 현수막을 곳곳에 세워놓거나 붙여놓았다.

그러나 이날 오전 한 남성이 주상절리군 주변 바다에 걸어 들어가 무엇인가를 채취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주상절리군을 따라 해변에 만든 파도소리길에는 문화재보호구역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출입을 제한한다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었다.

하지만 문화재보호구역에 이미 많은 사람이 드나들어 길이 형성돼 있었고 사람이 드나들지 못하도록 설치한 줄은 끊긴 지 오래됐다.

경주시는 최근에서야 비닐 끈으로 엉성하게 막아놓았을 뿐이다.

주상절리군에서 직선거리로 7㎞ 떨어진 경주시 양북면 용당리에 있는 사적 31호 감은사 터도 관리가 허술했다.

감은사지는 통일신라 때 만든 가장 큰 석탑이자 국보인 감은사지 삼층석탑이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소개한 삼층석탑과 감은사 터를 보려는 관람객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는 곳이다.

절 중심에 있는 금당터에는 큰 장대석을 비롯해 여러 석재가 놓여 있다.

예전에는 특별한 보호 조치 없이 개방돼 있어 금당 터 석재 위에 올라가거나 만져보는 관람객이 많았다.

관리당국이 최근에는 석재를 보호하기 위해 출입통제선을 쳐 놓고 들어가지 말라는 안내판을 세워놓았다.

그런데도 관리 눈길이 닿지 않는 야간에 일부 관람객이 줄 위에 앉거나 몰래 들어가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이 때문에 현재 출입 통제를 위해 설치한 줄을 연결하는 기둥 일부가 부서진 상태로 방치되고 있다.

이에 시민들은 “수천 년 간 이어져 온 문화재가 한 순간에 훼손될 수 있지만 원상태로 복구하기에는 많은 시간과 예산이 든다”며 “어떤 형태로든지 문화재 보호를 위한 당국의 대책 마련이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경주시 관계자는 “수시 현장지도점검 등에 이어 문화재 보호와 관련 관광객 대상의 홍보 강화와 의식 전환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황성호기자 hsh@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