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군 변신 웃음기 뺀 액션 선봬
‘시국 수혜 원하지 않아’ 소신 밝혀

배우 유해진. /쇼박스 제공
“바위 같은 시나리오에 끌렸습니다.” 전작 ‘말모이’에서는 일제강점기 우리말 지키기에 나선 배우 유해진(49)이 이번엔 독립군이 됐다. 오는 8월 7일 개봉하는 영화 ‘봉오동 전투’를 통해서다.

‘봉오동 전투’는 그 제목처럼 1920년 만주 봉오동에서 독립군이 일본군을 상대로 처음 승리한 동명 전투를 다뤘다. 일제강점기가 배경이지만 그동안의 영화들과 다르게 ‘승리의 역사’를 그린다. 유해진이 연기한 황해철은 ‘항일대도’를 들고 다니며 민첩한 몸놀림과 대범함으로 일본군의 목을 거침없이 베는 독립군이다. 칼을 휘두를 땐 그 누구보다 매섭지만 친근하고 유머를 갖췄다. 3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유해진은 황해철처럼 유쾌했다.

그는 ‘봉오동 전투’를 선택한 이유를 “끌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분명히 끌림이 있었죠. 어떤 작품이든 끌림이 없으면 못 하거든요. 그 끌림이라는 것은 책임감과 통쾌함이었던 것 같아요. 저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배우로서 책임감이 생기죠. 그래서 근현대사를 다룬 시대극을 많이 하기도 하고요. 또 ‘봉오동 전투’는 통쾌함이 있었고, 거기서 오는 뭉클함도 있었거든요.” 유해진은 ‘봉오동 전투’를 “바위 같았다”고 묘사했다.

“시나리오가 통쾌하면서도 묵직하고 단단해서 바위 같은 느낌이 있었어요. 승리의 역사를 그리고 싶다는 원신연 감독의 의도가 잘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또 역사책에는 짤막하게만 설명된 봉오동 전투의 결과뿐 아니라 과정이 그려졌다는 점도 좋아요. 그 과정에 많은 희생이 있었다는 점이요. 영화에 잔인하게 표현되기도 했지만, 실제로는 더한 것도 역사에 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영화의 통쾌함이 최근 한일관계 악화와 맞물려 관객에게 더 크게 다가가지 않을지를 묻자 유해진은 “확실히 느낄 것”이라면서도 “현 시국의 영향을 우리 영화가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영화는 영화 자체의 힘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장 항일 투쟁을 사실적으로 다루면서도 영화가 마냥 무거워지지 않은 데는 유해진이 연기한 황해철의 공이 크다. 황해철은 액션 장면에서는 웃음기 하나 없이 일본군의 목을 베고, 이장하(류준열)나 마병구(조우진) 등 다른 독립군과 있을 때는 특유의 유머 감각을 발휘한다. 유해진이 보디캠까지 직접 들고 펼치는 액션 장면은 영화의 백미다. 이는 유해진의 제안에 따른 것이었다. 그가 펼치는 액션 장면의 무술 대역은 정두홍 무술 감독이 맡았다.

“제가 항일대도를 들고 액션을 펼치는 장면이 있는데, 후련함과 분노, 한 등이 잘 그려져야 해서 신경을 많이 썼어요. 정두홍 감독님이 안 계셨으면 힘들었겠죠. 생존을 위한 검술이기 때문에 액션이 화려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정 감독님의 액션은 투박하고 기교를 부리지 않았습니다. 예측할 수 없는 힘이 느껴지죠. 그렇다고 제가 논 것은 아니에요. 많은 부분에선 직접 액션 연기를 했어요. (웃음)”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소탈한 옆집 아저씨 같은 모습으로 잘 알려졌지만 유해진은 촬영 현장에서는 섬세하고 예민하다는 평을 듣는다.

“현장에서 제가 조금 예민하긴 한데 그렇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하지만 현장에서 순간 기분 좋자고 그 순간을 놓치면 다시 돌아오지 않거든요. 그래도 전보다는 나아졌어요. 전에는 내가 그날 찍은 것에 대해 후회하면서 잠도 못 이룰 정도였는데지금은 그 정도는 아닙니다.” 그는 ‘봉오동 전투’에 대해 “승리를 이끌었던 과정, 결과만큼 중요한 그 과정을그린 영화”라면서 “관객이 영화 전체를 봐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