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5억불 넘겨 사상 최고에도
총 생산량서 차지 비중 3% 불과
수급조절 기능하기엔 ‘역부족’
양파 등 가격폭락 연례행사 식
품목 다변화하고 비중 확대 등
당국 실질적 지원 뒷받침돼야

‘수출품목을 다양화하고, 수출비중도 더 늘려라’

경북도의 농식품 수출 성장세가 가파르지만 국내 농산물 가격안정에 버팀목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일부 품목 위주의 수출정책을 벗어나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29일 경북도에 따르면 2007년 1억 달러 수준이었던 도내 농식품 수출이 2011년 2억 달러, 2014년엔 3억 달러, 2016년엔 4억 달러를 돌파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5억3천300만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수출 다변화 및 신상품 개발이 성과를 내고 있다.

도의 수출 다변화 정책에 핵심이었던 신남방정책국가 수출액의 경우 2015년 말 3천500만 달러 선이었으나 지난해 말 7천만 달러를 넘어 3년 사이 200%나 성장했다. 또 ‘사드 사태’로 타격이 켰던 중국 시장은 지난해 사드정국 해소 후 67.7% 성장하며 6천500만 달러를 기록해 수출 2위 시장으로 발돋움했다.

최근 대표적인 수출신상품으로 급부상한 ‘샤인머스켓’은 경북도를 포도수출 1번지로 만들었다. 지난해 국내 포도 수출 1천390만 달러 중 75.2%인 1천45만 달러가 경북 포도였다. 경북의 포도 수출은 2013년까지 40만 달러 수준이었으나, 샤인머스켓을 수출하기 시작한 후 지속적으로 증가해 2016년 300만 달러, 2017년 600만 달러를 넘어 지난해에는 1천만 달러를 돌파했다. 이 같은 성장세는 올해도 이어져 지난달 경북도 농식품 수출은 2억7천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1.8%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수출 상승세에도 여전히 농민들은 가격 폭락으로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양파와 마늘에 이어 최근에는 복숭아와 자두 등 여름철 과일도 가격이 크게 떨어져 과수 농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복숭아와 자두 가격은 생산량 증가와 소비 부진 등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47%와 43%나 폭락했다.

도내 농산물 수출량 증가세에도 국내 농산물의 수급에 조금만 이상이 생기면 가격 폭락으로 이어지는 현상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이 때문에 농정당국이 시늉만 내는 수출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가격안정 기능이 가능하도록 수출에 활로를 뚫어야 한다는 소리가 높다. 이를 입증하듯 농가에서 생산하는 농산물 대부분이 국내 유통용이고 수출 비중은 채 3%도 안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경북도 관계자는 “농산물의 경우 공급탄력성이 낮기 때문에 생산량이 조금이라도 늘면 가격이 크게 내려가고, 반대로 줄어들면 가격이 폭등한다”며 “이에 조금의 수출량 증가도 농산물 가격 안정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농산물의 경우 검역 등의 문제로 농가가 직접 생산한 농산물을 해외에 수출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경북도는 도내 70여 곳에 수출전용 단지를 조성해 이곳에서 생산된 것을 자체적으로 상품화해 수출하고 있다. 지역별로는 상주가 18곳으로 가장 많고 이어 안동이 17곳, 영주 5곳 등의 순이다. 작물별 수출은 지난해 기준 팽이버섯이 1천800만 달러로 가장 많았고, 이어 배 1천500만 달러, 포도 1천45만 달러, 새송이버섯과 김치가 각각 1천만 달러, 사과 500만 달러 순이다.

한 농민은 “신선 농산물별로 온습도 조절이 가능한 수송용 컨테이너를 개발해 홍콩이나 자카르타와 같은 대도시 소비지로 바로 배송되는 일본처럼 실질적인 농산물 수출을 늘리기 위한 당국의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경북도는 수출 확대와 별도로 다양한 수급안정 정책도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최근 도는 대만, 싱가포르 등에 8천t 가량의 추가 수출 물량을 확보한 데 이어 전국 최초로 가공제품인 스틱형 양파 농축 분말을 출시했다. 도가 한국천연색소산업화센터와 함께 개발한 이 제품은 도내에서 생산된 양파를 분말 형태로 가공한 것이다. 수분을 모두 제거한 상태라서 그냥 먹으면 단맛이 난다. 개별 포장(10g)으로 휴대하기 간편하고 일반적인 생양파보다 조미료처럼 저장기간이 긴 장점이 있다. 조미료처럼 음식 첨가 재료나 고기를 찍어 먹을 수 있는 소스, 건강 대용 식품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또 도는 이번 양파 농축 분말 출시와 같이 도내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가공해 제품화하는 6차 산업 사업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도내에는 210곳의 농촌융복합산업(6차 산업) 인증 업체가 있다. 2015년 86곳이던 인증 업체가 불과 4년 만에 135% 증가한 것이다.

도 관계자는 “공급탄력성이 낮은 농산물의 특성상 소량의 수출과 다양한 제품화로 국내 농산물 가격안정과 안전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앞으로도 농식품 수출확대 및 6차 산업 발굴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청도에서 복숭아 농장을 운영하는 한 농민(56)은 “정부와 지자체가 일부 농산물의 수출확대에 집중하지만 수급조절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농민이 농업에 집중해 좋은 품질의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도록 유통을 모두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농산물 가격 안정을 위해 공동선별작업장 확대하고, 또 일부 품목에만 적용되고 있는 최저가격보장제도도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동·청도/손병현·김재욱기자

    손병현·김재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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