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룡서예가
강희룡 서예가

영공은 해안선에서 바다로 12해리(약 22㎞)까지인 영해와 영토의 상공을 일컫는다. 모든 나라들은 자국을 지키기 위해 타국의 군용기가 자국 영공에 들어오면 국토침범 행위로 간주한다. 일단 영공을 침범 당하게 되면 일반적으로 경고방송 후 진로를 차단하게 되며, 플레어 발사 후 경고사격의 단계를 거쳐 강제착륙을 시키거나, 이에 따르지 않을 경우에는 격추시켜버린다.

영공을 침범했다는 이유로 민간기까지 격추한 사례도 있다. 이 대표적인 사례는 소련은 1978년 4월 파리에서 출발한 KAL707기가 자국 영공을 침범했다는 이유를 들어 전투기를 띄워 미사일로 공격했다. 비행기는 다행히 인근에 비상착륙에 성공했지만 그 과정에서 2명이 숨졌으며 나머지 95명의 승객은 목숨을 건졌다. 국제사회는 소련군 전투기가 민간 항공기를 공격한 것을 강하게 비난했지만, 소련은 영공을 침범했다며 격추에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다른 예는 1983년 9월 1일 소련에 의해 격추된 KAL007기다. 미국 뉴욕을 출발해 당일 저녁 서울에 도착하려던 KAL기는 오전 3시쯤 일본 홋카이도 근해에서 연락이 끊겼다. 정규 항로를 이탈해 소련 영공에 들어간 KAL기는 사할린 상공에서 소련 전투기의 미사일에 격추되어 탑승자 269명 전원이 숨졌다. 소련은 사건 발생 8일 만에야 자국 영공을 침범한 KAL기가 착륙 유도에 불응해 취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발표했다. 당시 전투기 조종사는 2013년 언론 인터뷰에서 KAL기를 군 정찰기로 확신하고 격추했다고 주장했다. 격추명령 이유와 KAL기의 항로 이탈한 이유 등은 아직도 미궁이다.

남의 영공을 침범한 군용기를 격추하는 사례는 최근에도 많이 발생한다. 특히 적대적 관계에 있는 국가들 간에는 일촉즉발의 대치상황으로까지 이어진다. 지난달 20일 이란 혁명수비대는 자국 영공을 지나는 미국의 군사용 드론(무인항공기)을 격추했다고 발표했다. 이란 남부지역 상공을 날던 미군 드론 ‘RQ-4 글로벌호크’를 대공 방어시스템으로 파괴한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해당 드론이 이란 영공이 아닌 국제공역을 비행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의 드론 격추 사실을 보고받고 이란 공습계획을 승인했다가 실행 직전에 철회하기도 했다.

2019년 7월 23일 오전 9시 1분경 러시아 항공우주 방위군 소속 조기경보기 A-50이 대한민국 독도 영공을 무단 침입했다. 앞서 카디즈(KADIZ·한국방공식별구역)를 침범한 중국과 러시아의 군용기에 맞서 경계비행을 실시한 대한민국 공군이 대응사격을 하자 러시아 조기경보기는 9시 37분 독도영해를 벗어나 56분 방공식별구역에서 빠져나갔다. 남북이 휴전 이후 중국과 러시아 폭격기가 한꺼번에 한국을 상대로 이렇게 도발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중국은 23일 중국과 러시아의 연합비행은 전면적인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심화 발전시키고 연합작전 능력을 향상하며, 공동으로 글로벌 전략 안정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당초 한국 영공 침범 사실을 인정하고 깊은 유감 표명했다가, 나중에 독도 영공 침범에 대해 증거가 명백한데도 공식 부인하는 전문을 우리나라에만 보내왔다. 일본의 자위대 군용기도 긴급 발진을 했으나 한국에만 전문을 보낸 것은 독도가 한국영토인 것이 국제적으로 다시 한 번 확인된 셈이다. 러시아의 이러한 말 바꾸기 수법은 공산권이 남긴 화법으로 전형적인 외교 수법이다. 올 들어 군용기 카디즈 무단진입은 중국이 25차례, 러시아가 13차례나 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한다.

한일관계가 최악이고 한국이 외교적으로 고립된 상황에서 한미일 공조의 틈새를 벌리며, 중국과 러시아가 한반도를 자신들의 영향력 안에 두고자 하는 ‘패권심리’를 여과 없이 드러낸 것이다. 풀어진 우리의 국가안보를 강한 국방으로 원칙을 천명할 것인지, 유토피아적인 발상의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를 꿈꿀 것인지 결단의 순간이 지금의 우리나라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