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무더위와 함께 바캉스철이 시작됐다. 왜 우리가 여름휴가를 바캉스라는 말로 사용하고 있는가에 대해 그 근원을 알 수 없지만 아마 프랑스 사람의 유별난 휴가문화가 작용한 탓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프랑스 사람은 세계에서 가장 긴 휴가를 즐긴다. 물론 유럽 국가들이 비슷한 문화를 가지고 있지만 그 중 프랑스는 계절별로 바캉스가 있을 정도로 바캉스 문화가 잘 발달된 나라다.

프랑스에서는 1936년부터 시작된 유급 휴가가 오늘날까지 시행되고 있다. 1년에 4∼5주 정도 유급휴가를 쓴다. 여름철이면 프랑스 파리가 텅 빌 정도로 많은 사람이 휴양지를 떠난다고 한다. 게다가 프랑스는 주 35시간 근무제를 허용하고 있는 나라다. 일하는 날보다 쉬는 날이 더 많다. 바캉스의 개념이 우리와는 당연히 차이가 있다. 고작 4∼5일 여름휴가를 즐기는 한국인에게 그들은 별천지 사람이다.

휴가는 생활의 여유에서 시작한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에게 휴가란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다. 산업이 고도성장하면서 생활의 여유가 생기고 여가활동도 생각하게 된 것이 휴가의 개념이다. 선진국이거나 부자 나라일수록 휴가의 개념이 더 철저히 지켜지고 휴가 문화도 더 발달된 이유다.

7월 마지막 주다. 직장인의 올여름 휴가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의 76%가 여름휴가 계획을 가졌다고 한다. 우리에게도 여름휴가는 이제 일 년 중 가장 소중한 휴식의 시간이며 문화다. 그러나 휴가 기간이나 휴가비 등을 보면 아직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기에는 많이 부족한 모습이다. 같은 설문조사에서 우리나라 직장인의 휴가비는 평균 54만 원 정도로 조사됐다. 올해는 경기가 나빠서인지 국내 휴가가 해외 휴가보다 배가 많았다. 휴가 일수는 평균 4.1일 수준이었다.

그러나 휴가는 많든 적든 모두에게 즐거운 시간이다. 이 기간만큼은 모든 일상의 짐을 던져놓고 마음껏 여유를 즐겨 보고 싶은 것이다. 경제적 이유로 방에 콕 박혀 있는 것보다 작은 비용이지만 알뜰한 준비로 휴가를 보내는 지혜를 발휘해 보는 것은 좋은 생각이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