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희 중

아무도 모르게 풀잎을 매듭으로 엮어 두었다

누군가 그것에 발이 걸리어 신나게 넘어질 일을 꿈꾸며

우리는 웃었다 가끔 우리가 그 매듭에 쓰러지면서

자기가 엮은 줄에 자기가 묶인다는 뜻으로 쓰이는 자승자박(自繩自縛)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되는 작품이다. 제 마음씨나 언행으로 인해 제가 꼼짝없이 얽혀 듦을 의미하는데 스스로 어려움에 들지 않으려면 결자해지(結者解之)의 마음으로 맺은 사람이 풀어줘야 한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시사하는 시인의 목소리를 듣는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