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에 전국 최초 다목적 재난피난시설 건립… 최대 500명 수용
화장실·탈의실·수유실 등 갖추고 평소 실내체육공간으로 사용
지진 등 재난 발생땐 대피공간 역할 맡아… 시, 5곳 확대 설치키로

“저거 뭐야?”

바람이 가득 차 있는 하얀 풍선이 옆으로 누워있는 모양새다. 높이 솟아 있는 대규모 아파트단지들 한가운데 떡하니 자리잡은 새하얀 물체(?)를 본 주민들의 표정은 모두가 같았다. 입을 모은 채로 눈은 동그랗게 떴고, 고개는 갸우뚱했다. ‘이전까지 포항에서는 단 한 번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는 게 확실했다.

이 시설의 이름은 ‘에어돔’. 전국 최초로 포항에 생긴 다목적 재난대피시설이다. 지진을 비롯해 각종 재해·재난을 맞닥뜨린 시민들이 신속하고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는 장소로 활용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에어돔은 말 그대로 공기를 불어넣은 ‘반구(半球)’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밖에서 보면 흡사 남극에 있는 ‘이글루’처럼 생겼다.

에어돔 실내로 들어가기 위해선 회전문 또는 자동문을 거쳐야 한다. 이중으로 설치된 자동문은 1개가 완전히 닫혀야 다음 문을 열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회전문은 내부 공기가 밖으로 순식간에 빠져나가지 않게 기밀성이 높도록 설계돼 난방 시에도 효율이 좋다.

넓은 실내에는 최대 500명의 시민을 수용할 수 있다. 평소에는 인근 주민들이 배드민턴 등을 포함한 실내 체육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된다.

실내에는 2개의 송풍구를 통해 끊임없이 바람이 나오고 있었다. 답답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쾌적했다. 냉·난방과 제습도 충분하게 느껴졌다. 이 송풍구는 사람이 에어돔을 드나들 때 출입문으로 빠져나가는 바람을 계속 보충함으로써 에어돔 구조물을 유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에어돔 내부는 바깥보다 공기압이 높아 자연적으로 미세먼지도 차단한다.

에어돔 시공업체 관계자는 “돔 안에 가득 차 있는 공기와 비교하면 사람이 드나들 때 빠져나가는 공기 양은 많지 않다”며 “당장 전기가 끊겨도 5∼6시간 정도 에어돔을 유지할 수 있고 비상발전기를 갖추고 있어 에어돔이 꺼질 일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무게도 6∼7t으로 규모에 비해 상당히 가벼운 수준이다. 단열재를 활용했고, 중간에는 자연채광을 위해 비워뒀다. 출입문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앞쪽뿐만 아니라 뒤쪽과 옆에도 설치했고 구호품을 실은 차가 드나들 수 있는 문도 따로 만들었다. 화장실과 관리실, 탈의실, 수유실도 갖췄다.

포항시 관계자는 “시설 점검을 거쳐 8월께 다목적 재난대피시설 준공식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포항시는 2017년 11월 15일 규모 5.4의 포항지진 이후 이재민 대피 및 수용시설이 필요하다고 판단, 지난해 2월부터 포항시 북구 초곡리 근린공원 1천880㎡ 땅에 45억원을 들여 에어돔 형태 재난대피시설을 만들었다.

포항시는 흥해읍을 포함해 포항시 북구지역에 2곳, 남구지역에 3곳 등 총 5곳에 다목적 재난대피시설을 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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