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영 철

밤이 깊어갈수록

벽에 걸린 시계 소리는 크게 들린다

그것은

뚜벅뚜벅 어둠 속을 걸어오는

발소리 같기도 하고

뚝뚝 지층을 향해 떨어지는

물소리 같기도 하다

그것은

어둠을 한줌씩 물리치는 것 같기도 하고

어둠을 한줌씩 더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어둠 속에서도 눈을 뜨면

아무것도 걸어오지 않고

아무것도 떨어지지 않는다

시계의 바늘은 그저 일정한 간격으로

벽 위에서 돌아가고 있을 뿐이다

아마 저것은 시계 속의 건전지가 닳아버릴 때까지

일정한 간격으로 끝없이 돌아가리라

의미도 없이

반성도 없이

시인은 깊은 밤 반복적이고 연속적으로 들려오는 시계소리를 들으며 아무런 변화도 없이 어떤 변화도 추구하지 않고, 의미도 반성도 없는 단조로운 삶을 반복하고 답습하며 살아가는 자신을 반성하며 우리를 향해서도 따끔한 회초리를 대고 있는 것이리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