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수號, 코리아오픈서 선전

정영식과 나란히 촬영한 김택수 남자탁구 대표팀 감독(왼쪽). /연합뉴스
“세계 톱랭커들이 나온 코리아오픈에서 잘하고 싶은 마음이 많았습니다. 우리 선수들이 (우승은 없었지만) 중국 선수들을 상대로 잘 싸웠습니다. 자신감을 얻는 계기가 됐습니다.”

김택수 남자탁구 대표팀 감독은 7일 정영식(미래에셋대우)의 마룽과 남자단식 4강전 1-4 패배를 끝으로 ‘신한금융 2019 코리아오픈’을 마쳤다.

남자대표팀은 정영식-이상수(삼성생명) 조가 복식 은메달을 수확했고, 정영식이단식 공동 3위에 주는 동메달, 장우진(미래에셋대우)-임종훈(KGC인삼공사) 조가 복식 동메달을 건졌다.

금메달이 없어 성적표만으로는 장우진이 전관왕(3관왕)에 올랐던 작년 코리아오픈에 못 미치지만 경기 내용은 사실상 지난 대회를 능가했다.

올해 대회에는 세계 1위 쉬신과 3위 판전둥, 5위 마룽, 6위 량징쿤(이상 중국),4위 하리모토 도모카즈(일본) 등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대거 출전한 가운데 우리 선수들이 선전했기 때문이다.

특히 정영식은 단식 8강에서 지난달까지 세계랭킹 1위 자리를 지켜왔던 최강자 판전둥을 4-2로 꺾는 ‘테이블 반란’을 일으켰다.

조언래 여자대표팀 코치가 어린 시절의 판전둥을 이긴 걸 제외하고는 한국 선수로는 사실상 처음으로 판전둥의 벽을 넘었다.

중국의 자존심으로 통하던 판전둥을 정영식이 이긴 건 ‘중국 선수가 아니면 중국 선수를 이기기 어렵다’는 말을 보기 좋기 뒤집은 사건이었다.

김택수 감독은 “영식이가 8강에 들어가기 전에 ‘판전둥의 판을 깨자’고 말했고,보기 좋게 해냈다”면서 “판전둥을 꺾은 건 세계 탁구계에서도 이슈다. 일본 대표팀 감독도 ‘대단한 일을 해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임종훈은 16강에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마룽에 3-4로 졌지만 대등한 경기를 벌였고, 조승민(삼성생명)도 량징쿤에 2-4로 덜미를 잡혔지만 끈질긴 승부를 펼쳤다.

김택수 감독이 ‘노골드’ 속에서도 희망을 이야기하는 이유다.

그는 “오상은, 주세혁 은퇴 후 한국 남자탁구를 걱정했지만 장우진과 정영식, 안재현, 조승민 등 새로운 선수들이 기대와 희망을 갖게 했다”면서 “하지만 여기에서 만족하지 않고 중국의 문을 계속 두드리다 보면 만리장성을 넘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 선수들이 ‘중국을 이기기 어렵다’는 패배 의식에 젖어 있었지만 영식이가 판전둥을 꺾으면서 다른 선수들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된 건 가장 큰 소득”이라고 설명했다.

이제 김 감독의 시선은 내년 도쿄올림픽에 맞춰져 있다.

그는 “7월 말까지 올림픽에 나갈 선수들을 선발할 방안을 대한탁구협회와 협의하겠다”면서 “올림픽 티켓 확보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구상을 밝혔다.

11일부터 14일까지 호주 질롱에서 열리는 호주오픈에서 선수들을 지휘하기 위해8일 출국하는 그는 “중국을 이기는 게 쉽지 않은 만큼 중국의 빈틈을 노린 틈새 전략을 찾겠다”면서 “치열한 내부 경쟁을 통해 전력이 상승하는 시너지 효과로 중국을넘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