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이면 보신용으로 각광받았던 보신탕 먹기가 시들하다. 보신탕은 원래 개고기를 넣어 끓였다하여 개장국으로 불렸으나 혐오식품으로 눈총을 받기 시작하자 보신, 보양, 영양탕 등으로 불리게 되었다. 우리 주변에 개고기를 파는 보신탕집은 이제 어림잡아 봐도 절반 이상은 없어졌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개고기를 찾는 사람이 줄어든 게 가장 큰 이유다. 물론 반려견 1천만 마리 시대에 역행하는 음식문화란 점에서 식견문화의 퇴조는 예견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보신탕은 조선시대 평민들이 즐겨 먹던 고기였다고 한다. 먹거리가 풍부하지 못했던 시절 서민이 몸을 보신하기 위해 개고기로 요리한 개장국은 보양 음식으로서는 최고였다. 특히 체력 소모가 많았던 여름철이면 개고기를 잡아먹는 풍속이 있었다. 삼복날 보신탕집을 찾아가는 것은 이런 풍속에서 유래한 것이다.

한자어로 개는 두 가지가 있다. 견(犬)과 구(狗)다. 견은 개의 모양을 본뜬 상형문자다. 구는 글자 왼편에 있는 개사슴록 변에 (句)라는 발음이 합쳐져 만들어진 글자다. 같은 개를 뜻하지만 쓰임새는 많이 다르다. 견은 긍정적일 때 사용된다. 충견(忠犬), 애완견(愛玩犬) 그리고 주인을 위해 충성을 다하겠다는 의미의 견마지로(犬馬之勞) 등에서 알 수 있다. 반면에 구는 주구(走狗)와 ‘양머리를 걸어놓고 개고기를 판다’는 양두구육(羊頭狗肉), ‘교활한 토끼를 잡고나면 충실했던 사냥개가 쓸모없게 돼 잡아 먹는다’는 뜻의 토사구팽(兎死狗烹) 등에 사용된다. 특히 먹는다는 말을 할 때는 구탕이나 양두구육처럼 구가 들어간다.

오는 12일은 초복(初伏) 날이다. 1년 중 가장 더운 시기가 시작된다는 날이다. 우리의 조상은 삼복에는 복달임이라 하여 이 날은 몸을 보하는 음식을 먹고 시원한 곳을 찾아가 더위를 이겨내곤 했다고 한다. 복날의 복(伏)자는 사람이 개 옆에 있는 모양을 형상화하고 있다. 더운 날에는 개처럼 엎드려 더위를 피하라는 뜻인지 알 수 없으나 복날과 개는 상관관계가 꽤 깊어 보인다. 그러나 개고기를 먹는 식견(食犬) 문화도 이젠 점차 역사의 뒤안길로 접어든다. 시대의 흐름은 막을 수 없는가 보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