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상화 합의가 2시간만에 깨지면서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리더십도 시련을 맞게 됐다. 우선 당내 내부 입지가 흔들릴 판이다. 대구·경북(TK) 지역 등 영남권을 중심으로 나 원내대표의 협상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TK지역의 한 의원은 “의원들의 동의 없이 합의문에 서명했다. 특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과정에서 고소·고발된 사람들에 대한 논의가 전혀 없었다”며 “나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 하면 20대 국회가 없다’고 말하며 의원들과 보좌진들이 온몸으로 저지했다. 함께 싸운 이들의 동의도 없이 ‘패스트트랙 법안을 합의 정신에 따라 처리한다’는데 사인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TK지역의 또 다른 의원은 “패스트트랙이 통과되자 박대출 의원은 삭발했고, 의원들은 ‘민주주의가 죽었다’고 묵념까지 했다”며 “사과없이 들어가면 우리가 싸운 명분은 사라지게 된다. 투쟁에 지지해준 사람들에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영남권 지역의 한 의원은 “나 원내대표가 총선 때까지 원내 지도부를 끌고 갈 수 있을 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여당과의 신뢰관계도 깨졌다. 나 원내대표는 여당과 주요 문제를 협상하는 것이 주된 임무다. 그러나 여야 합의가 깨짐으로 인해 협상 상대방에게 “나를 믿어달라”고 말하기도 어려워졌다.

이와 함께 협상의 폭도 쫍아졌다. 한국당이 지난 24일 의원총회에서 선거법 개정안,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법의 패스트트랙 지정 철회가 담보되지 않을 경우 합의문에 합의할 수 없다고 해 재협상 가능성 및 협상의 유연성을 크게 떨어뜨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 민주당이 국회 정상화를 위해 패스트트랙을 철회한다고 해도 한국당이 의원과 보좌진에 대한 고소·고발 철회 등을 요구할 경우 국회 정상화 협상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농후하다.

한편, 여야 재협상이 불발될 경우 또다른 정국 돌파 카드로 영수회담이 거론되고 있다. 한국당 한 중진의원은 “나 원내대표가 꽉 막힌 정국을 풀기 위해 영수회담 가능성을 다시 살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면서 “황교안 대표와 협의해서 문재인 대통령과 황 대표간 영수회담으로 문제를 풀도록 제안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론전을 펴는 방법도 거론되고 있다. 실제 나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는 오는 주말 장외집회 재개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내지도부 한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건 아니지만, 집회를 다시 열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다만 역효과 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박형남기자

    박형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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