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룡서예가
강희룡 서예가

‘살아있는 갈대’라는 소설은 펄벅이 1963년도에 출판한 역사소설로 한국의 구한말(1897)부터 해방되던 해(1945)까지를 배경으로 한국 근대사 격동기에 살아간 한 가족의 4대에 걸친 장편소설이다. 펄벅은 이 작품의 첫머리에서 한국을 ‘고상한 사람들이 사는 보석 같은 나라’라고 격찬하며 작품 곳곳에서 한국민족에 대한 극진한 애정을 표하면서 일제의 잔학성에 대한 강한 분노를 표시하고 있다. 이 소설이 처음 출판됐을 당시 뉴욕타임스에서는 흔히 외교관 100여명이 10년 걸려도 못할 일을 단번에 해냈다는 표현을 쓰며 ‘한국에 보내는 애정의 선물’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펄벅은 이 소설에서 한민족에 대한 역사적 사실의 고증이 놀라울 정도로 정확했으며 한국이 예절국가로 지구촌에서 제일 으뜸이라고 칭찬했다.

인도의 시성(詩聖) 타고르도 우리나라를 ‘동방의 등불’이라고 칭송하는 시를 남겼으며 동방예의지국으로 불러왔다. 2천5백 년 전 이래 동방예의지국은 우리나라를 지칭하는 고유명사이지만 보통명사가 된 지 오래이다. 그 이유는 타 민족이 보아도 한민족은 ‘예의가 일상생활에서 몸에 밴 민족’이라 그랬을 것이다. ‘논어, 자한(子罕)’에도 공자가 구이(九夷는 東夷를 일컬음)에서 살고 싶다하자 제자가. ‘선생님 그곳은 누추할 터인데 어떻게 사시겠습니까?’라고 묻자 공자는, ‘군자가 사는데 무슨 누추함이 있겠느냐?’라고 답했다는 기록이 보인다. 그리고 공야장(公冶長)에서는 ‘도(道)가 행해지지 않으니 뗏목을 타고 바다를 항해하려 한다. 나를 따라올 사람은 아마도 자로일 것이다.’라고 하였다.

‘예기, 잡기하(禮記, 雜記下)’에서는 ‘소련과 대련은 상을 잘 치러서 3일 동안 애통해 했으며, 석 달 동안 게을리 하지 않았고 1년 동안 슬퍼했으며, 3년 동안 근심했다. 이들이 바로 동이의 아들이다.’라는 기록도 보인다. 또한 ‘한서, 지리지((漢書, 地理志)’에 기록된 기자(箕子)의 팔조법금(八條法禁) 중 지금 전해지는 ‘사람을 죽인 자는 사형에 처해 갚아 주고, 남에게 상해를 입힌 자는 곡물로 보상하게 하며, 남의 물건을 도둑질한 자는 적몰(籍沒)하여 그 집의 노비로 삼되, 속죄하고자 하는 자는 1인당 50만을 내게 한다.’는 이 세 가지 조항만 봐도 당시 고대국가로서 체계와 면모를 갖춘 문명 선진민족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인간관계에서 예절은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사회의 불문법으로 올바른 습관이나 버릇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의 우리사회상은 어떠한가. 특히 위정자들의 언행 속에 네 가지 적폐인 무례(無禮), 결례(缺禮), 실례(失禮), 허례(虛禮)가 아무 죄의식 없이 언론을 통해 이 사회에 마구 쏟아져‘동방무례지국(東方無禮之國)’이 된지 오래다. 국민들이 보기에는 정치인이 더 나은 국가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존재인 줄 알고 있으나, 그들은 국가의 미래는 안중에 없고 오직 개인의 영달만 지속하려는 생각만 꽉 차 있으므로 그들의 실제 권모술수는 드라마나 영화보다 훨씬 더 치졸하고 위험하다고 어느 초선 비례대표 의원은 말한다.

그들은 정치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하기에 성실한 의정활동으로 국민의 마음을 얻기 보다는 나와 적을 구분하고 그 적을 공격하여 내 정치 생명을 연장하려고 한다. 이런 하류정치풍토에서 터진 사건이 윤지오건이다. 국민을 위한 의정활동은 뒤로한 채 장자연사건 증인인 윤지오의 증언에 민주당 안민석 의원을 비롯한 평화당, 바른미래당, 정의당 등 총 4개 정당 9명의 의원들이 가세하여 방패막이를 자처하고 나섰다. 대중적 이슈에 편승하여 본인들의 정치적 인지도를 높이는 좋은 먹잇감을 문 것으로 이들은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증언이 거짓으로 드러나자 결과를 놓고 보면 이들은 되레 스스로의 발등을 찍은 셈이다. 이런 부류의 위정자들이 결국 정치와 나라를 병들게 하는 주역이다. 내년 총선에서 이런 위선적인 정치인들의 이름이 이 사회와 정치판에서 사라져야 선진국가로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