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폭 진경 산수화속 주인공되다’

장종표 지음·정음서원 펴냄
인문·3만4천원(세트)

‘백폭 진경 산수화속 주인공되다(상·하·정음서원)’는 저자 장종표(패션캠프 대표이사)씨가 산림청 선정 백대명산을 묵언수행하면서 느낀 소회와 감동을 엮은 여행에세이다.

장씨는 2016년 9월 20일부터 2018년 12월 1일까지 2년 2개월 간 주로 혼자 묵언수행하며 울진·삼척의 응봉산에서 제주도의 한라산까지 산림청 선정 백대명산을 모두 둘러 보고 그 발걸음 하나하나에 아로새긴 감동과 느낌을 기록하고 책으로 엮었다.

저자는 체력이 좋은 사람은 아니다. 그를 아는 사람들은 그의 체력을 보통 평균보다 한참 모자라게 평가한다. 체력의 약점뿐만 아니라 저자는 또한 여느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사업의 부진과 좌절, 가까운 친지의 죽음과 슬픔, 권력과 사회의 거대한 힘 앞에서 느끼는 분노와 소외감 등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었다. 그러한 인생살이의 애환을 저자는 산과 더불어 묵언수행하며 고독이 주는 성찰과 사유를 통해 자연적 사회적으로 지구와 사회에 매달려 살 수밖에 없는 개인의 운명에서 오히려 적극적으로 자유와 삶의 의욕을 발견하고 있다. 또한 저자는 이러한 감상과 아울러 산에 대한 거리와 소요시간 등 다양한 산행정보와 산의 특성, 산의 매력, 관련된 이야기와 시문학, 꽃과 나무의 이름 등도 꾸밈없는 필체로 보여주고 있어 인간미가 물씬 담겨 다가온다.

책은 저자가 백대명산을 묵언수행한 날짜를 기준으로 춘하추동 4계로 나누고 이를 다시 초춘, 만춘, 초하, 만하, 초추, 만추, 초동, 만동, 8계절로 세분해 아름답고 신비스런 ‘사시팔경도(四時八景圖)’를 연상할 수 있도록 편집했다.

책에서는 저자가 산행에서 만나는 작은 경험, 사소한 사건 등을 담백하게 자신의 경험처럼 만날 수 있으며, 저자의 여유로운 태도와 함께 공감하게 된다.

가령 소요산 산행 이야기에서는 저자가 안내판에서 인용한 김시습과 보우선사, 이성계의 시를 읽으면서 잠시 고된 산행을 멈추고 쉬게 된다. 천마산에서는 고려 말 이성계가 “매우 높아 푸른 하늘에 홀笏이 꽂힌 것 같아, 손이 석 자만 더 길었으면 하늘을 만질 수 있겠다”고 했다는 인용을 보면서 독자들은 저절로 하늘에 손을 뻗게 된다.

산행 중간 중간마다 마치 고속도로의 휴게소를 운영하듯이 수많은 시문을 소개한다. 운악산에서는 정상석 뒷면에 새겨진 이항복의‘현등사’를 소개하고, 축령산 남이바위에서는 남이장군의 호기 넘치는 “사나이 스무 살에 나라를 태평하게 못 하면, 후세에 누가 대장부라 칭하겠는가.”를, 장성의 백암산에서는 조선 중기의 유학자 김인후의 시를 소개한다. 강천산 옥호봉에서는 소나무의 샛노란 송홧가루와 박목월의 ‘윤사월’을 연결해줘 색다른 감흥을 전해준다.

칠갑산에서 “콩밭 매는 아낙네”를, 덕숭산(수덕산)에서‘수덕사의 여승’이라는 유행가를 언급하는 글에서는 저자의 소박함과 진실됨 앞에서 우리 자신의 자화상을 새삼 발견하게 된다.

이밖에도 꽃이 핀 적상산의 나무, 응봉산에서 역ㄱ자로 자라는 기이한 소나무, 도락산의 기이한 소나무가 담백하게 찍혀있고, 미세먼지가 끼어 제대로 보이지 않는 풍경, 정상석 가까이에 바글거리는 인간군상의 풍경, 이런 사진을 찍은 필자의 ‘투박한 모습’도 걸러지지 않고 솔직하게 담겨있어 시선을 사로잡는다.

홍성광 문학박사는 “이 책에는 좋은 경치가 함께 수록돼 있어 직접 산을 오르지 않고도 눈요기로 즐기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소위 와유(臥遊)라고 하던가. 집에서 자리에 누워 TV로 명승지를 구경하듯이 백대명산을 눈으로 감상하며 즐길 수 있는 책”이라고 평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