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야당인 자유한국당과 청와대·여당이 ‘시시비비를 알기힘든’ 일자리예산 공방으로 국민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다. 청와대와 여당, 야당의 주장이 극명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정부여당은 통계청의 통계와 각종 경기지표 등을 제시하면서 추경예산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야당은 야당대로 예산 관련 토론회에서 야당 성향의 경제학 교수과 경제관료 출신 의원들을 앞장세워 “선거용 예산”이라며 강도높은 비판을 해댄다. 어쨌든 문제의 공방이 시작된 곳은 청와대부터다.

정태호 청와대 일자리수석은 13일 오전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야당에서는 늘 경제 파탄이니 경제 폭망 이야기까지 하면서 정작 추가경정예산(추경)은 안 해 주니까 답답하다”고 말했다. 정 수석은 이어 “미중 무역 갈등도 있고 대외 리스크가 점점 커지고 있는 데다 경기적으로도 하강 국면에 있기 때문에 중요한 것이 추경”이라면서 “추경 내용을 보면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들이 있고 수출기업에 대한 지원들도 있고 중소상인들에 대한 지원들도 있어 그야말로 경기 활력과 수출을 위한 예산들이 많이 들어가 있다”고 주장했다. 내년 총선을 겨냥한 추경이라는 야당의 비판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청와대와 보조를 맞춰 민생경제 회복을 위해 추경이 조속히 처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산불·지진으로 피해 입은 주민, 미세먼지 없는 봄을 기다리는 주민, 미·중 경제전쟁 여파로 예고된 수출 먹구름, 경제침체에 직면한 위기의 자영업자, 중소기업, 청년 등 경제가 어렵다”면서 “적재적소에 정확한 규모로 타이밍을 맞춰 추경을 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이날도 경제전문가들과 함께 국회에서 ‘재해 및 건전재정 추경 긴급토론회’를 열고 이번 추경을 ‘선거용’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양준모 교수는 ‘추경 5대 불가론’을 펼치면서 추경을 반대했다. 미세먼지 등은 엄밀히 말해 추경 대상이 아니고, 추경의 고용 효과가 불분명하며, 선심성 사업이 다수 포함된 만큼 한국당이 추경을 받아선 안 된다는 것이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를 진단하는 ‘경제 실정청문회’를 열자고 주장했다. 옛 재정경제부 차관 출신인 김광림 의원은 이번 추경에 대해 자기 정권 유지를 위한, 내년 총선과 다음 대선을 위한, 포퓰리즘을 벗어난 ‘재정 퍼줄리즘’이라고 비판했고, 기획재정부 차관 출신인 추경호 의원 역시 “이 정부는 증세 아니면 빚더미에 앉는 길로 가고 있다”며 “결국 빚잔치하고 ‘먹튀’행태를 보일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돌이켜보면 이명박 정부시절 4대강사업 때도 정치권은 이처럼 여야가 확연하게 엇갈리는 주장으로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4대강 사업에 대한 평가는 아직도 찬반으로 엇갈린다.

필자의 견해로는 4대강 사업 자체는 훌륭한 국토개발사업이라 생각한다. 다만 5년이란 단기간에 전 국토를 갈아엎는 토목사업을 강행하는 바람에 일부 대기업의 주머니만 불렸고, 4대강 환경문제도 막지 못한 채 나라 곳간이 말라버리는 부작용을 낳았다. 결국 중소건설업체들의 부도가 잇따르면서 나라경제가 위축되는 어려움을 겪었다. 그런 전례를 보면 정치권의 공방은 정답을 찾기 힘든 주장의 향연일 수 있다.

어쨌든 요즘같으면 민초들의 주름살을 제대로 펴주지 못한 채 갈팡질팡하는 정부여당보다 경제정책의 선회를 주장하는 야당의 목소리에 좀 더 힘이 실릴 수 밖에 없다. 총선이 다가오니 ‘누가 옳고 그른가’보다 ‘누가 잘할까’에 관심을 갖게 되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