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안 진

사나운 소 한 마리 몰고

여기까지 왔다

소몰이 끈이 너덜너덜 닳았다

골짝마다 난장 쳤다

손목 휘어지도록 잡아끌고 왔다

뿔이 허공을 치받을 때마다

뼈가 패었다

마음의 뿌리가 잘린 채 다 드러났다

징그럽게 뒤틀리고 꼬였다

생을 패대기쳤다

세월이 소의 귀싸대기를 때려 부렸나

쭈그러진 살 늘어뜨린 채 주저앉았다 넝마 같다

핏발 가신 눈 끔벅이며 이제사 졸리는가

쉿!

잠들라 운명.

오랜 세월 동안 시인이 고삐를 부여잡고 온 소는 무엇일까. 시인이 평생을 두고 추구해온 꿈과 욕망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욕망의 실현을 위해 애쓰며 건너온 세월은 그리 순탄치 않았음을 고백하고 있다. 우리도 우리 나름의 사나운 소를 몰고 인생이라는 골짝을 건너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