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홍 포항대학교수

오리(duck) 혹은 부두(dock).

이 두 단어는 환경보전이냐 개발이냐의 가치 충돌을 표현한 상징적인 말이다. 인류는 산업혁명 이후 대량생산, 대량소비를 하면서부터 이 문제를 놓고 끊임없이 논쟁을 이어왔다. 어쩌면 인간이 삶을 영위하는 동안은 필연적으로 예견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환경보호주의자는 쾌적한 환경을 통한 행복한 삶의 추구를, 개발론자는 공장 유치나 건설 및 개발로 생기는 경제적 혜택으로 안정된 생활 영위에 가치를 두고 있다. 사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둘 다 궁극적으로는 인간 ‘삶의 질’ 향상에 관한 문제로 지향점은 같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추구하는 가치관의 무게를 어디에 더 두느냐에 따라 관점이 달라 보이는 것 뿐이다.

환경보호의 중요성에 대한 숭고한 보편적인 가치는 전 세계적으로도 인정되고 있다. 그러나 각론으로 들어가서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을 보면 각국마다 경제발전의 단계, 산업구조 차이, 무역에서의 유·불리 등 처한 상황에 따라 나라별로 차이가 있다.

최근 경상북도가 포스코 포항제철소 2고로에 대해 10일간의 조업정지를 사전 통지했다.

브리더는 고로 내부 압력이 급격하게 상승할 때 이를 통해 압력을 배출하여 폭발을 사전에 방지하는 설비로, 문제가 된 것은 폭발 등 비상시에만 열도록 되어 있는 것을 정기적인 수리작업을 위해 한두 달에 한 번씩 용광로를 정비하면서 임의로 브리더를 열어 대기오염 물질을 무단 배출했다는 이유에서다.

포스코를 비롯한 철강업계는 이 같은 운영 방식은 지난 100여 년 동안 미국, 유럽, 일본 등 해외선진 제철소에서도 안전 때문에 같은 방식으로 정비 및 개방하고 있으며 현재까지는 다른 기술적 대안이 없다고 한다. 그리고 배출되는 것은 대부분 수증기로 추정되며, 어떤 물질이 얼마나 나오고 있는지에 대해 뚜렷한 조사 결과가 없다고 항변하고 있다.

이번 조치로 시민들은 지금까지 포스코가 실행한 환경보전 노력과 투자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는 한편, 지진으로 어려운 지역 경제에 조업정지가 미칠 영향 등으로 우려와 당혹감을 보이고 있다.

행정기관은 철강업계의 주장 속에 다소 궁색한 변명이 보이더라도, 조업정지 처분에 앞서 환경단체와 지자체, 환경부, 철강업체 등 관련 기관들이 모여서 세계철강협회나 선진 철강회사에 대안 기술이 있는지 문의도 해보고, 보완할 수 있는 기술개발 및 투자 기회제공, 배출되는 물질에 대한 유해 여부 및 성분조사 등 활발한 정책적 논의나 종합적·다각적 검토가 충분히 이루어졌는가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최근 미세먼지 파동 등 대기환경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그 어느 때 보다 높고 민감한 시기에 배출 물질성분에 대한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철강업계도 오랫동안 용인된 기술적 관행이라는 변명은 대중의 눈높이에 맞지 않다. 이번을 계기로 포스코가 발표한 환경보전에 대한 투자와 변화는 초일류기업의 약속이라 시민들은 지켜볼 것이다.

행정기관은 좋은 결정이란 “좋은 가치와 목적”을 지닌 정책이어야 한다는 것을 신중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그 결과가 지역사회 구성원의 대다수가 공감하고 지지하는 공동의 이익을 가져와야하기 때문이다. 관계기관의 ‘조업정지’ 처분은 매뉴얼에 충실한 목적 지향적 결정이지만, 그 수단이 목적을 정당화하기에는 뭐라고 콕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부작용과 무리가 따른다.

‘원칙있는 융통성’으로 환경정책 고유의 가치와 목적이 빛을 발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