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우기획취재부
황영우기획취재부

쇠제비갈매기는 지난 2009년까지만 하더라도 낙동강 하구 삼각주 모래톱에서 대규모로 산란과 서식을 번갈아 하던 그리 희귀하지는 않은 새였다.

많을 때는 6천여 마리에 보금자리를 틀고 번식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10년이 흐른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서서히 개체 수가 감소하더니, 현재는 겨우 6마리 정도가 배회만 하고 산란조차 하지 않은 채 일시적으로 머물다가 떠나버리는 것으로 학계에 보고돼 있다.

4대강 사업으로 낙동강 물흐름이 바뀌었고, 터전이던 삼각주 일대가 물에 잠기며 산란환경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부산시는 5억원을 들여 삼각주에 쇠제비모형 190개를 꽂고 음향장치까지 설치하는 정성을 기울였지만, 돌아선 새들의 마음을 붙잡을 수 없었다.

새로운 번식지를 찾아나선 쇠제비갈매기들이 이례적으로 내륙인 안동호를 선택했고 나머지 개체들도 제각기 흩어져 최근에는 동해안 해안가에서도 새 둥지를 만들고 있는 것으로 관측됐다.

포항시 북구 흥해읍 칠포리의 해안 모래사장도 쇠제비갈매기가 가까스로 찾은 새로운 보금자리다.

4~5월께 산란을 하는 쇠제비갈매기는 부성애와 모성애가 특히 강한 것으로 알려진 조류다.

주 서식지가 햇볕이 잘 드는 모래톱인데 낮에는 온도가 올라가는 것을 막으려고 부모새들이 번갈아 가며 그늘을 만들고, 시원한 바닷물을 가슴에 머금고 알에 직접 뿌려준다.

온도가 떨어지는 밤에는 부모 새들이 교대로 둥지에 알을 직접 품어 체온으로 온기를 보전한다.

이 같은 부모새들의 행동을 보고 있으면 가족을 지키려는 애절함이 느껴진다. 인간과 천적들에게 가족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치열한 생존의 현장이다.

이제는 우리가 화답할 때다.

최근 학계에서는 부산시와 안동시 등 지자체와 협력해 쇠제비갈매기의 멸종위기종 지정을 위한 청원서 제출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종의 위기 현장을 지켜보며 보호의 필요성에 대한 논리를 준비하고 있는 학계가 발을 벗고 나선 것이다.

많은 단체와 지자체가 동참해 학계의 근거있는 움직임을 도와야 한다.

여기 저기 보금자리를 옮겨 다니며 ‘외면받는 쇠제비갈매기’를 지켜주기 위해 정부차원의 대책이 마련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hyw@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