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젠 기유빅

바다 속 깊은 화석들 속에서 잠자는

시커먼 거인이

일어나 주위를 바라볼 때

텅 빈 창공 속의 별들은 추워하며

서로 팔꿈치를 맞대고 몸을 녹이려 나오고

십만 사자(死者)들의 죽은 눈망울들이

강물 속에 떨어져

물위에 뜬다

프랑스 브르타뉴 카르나크는 시인 기유빅이 태어난 고향마을이다. 시의 첫 머리에 나온 것처럼 선돌을 비롯한 선사시대의 거석유물들이 즐비한 곳이기도 하다. 고대의 시간이 흐르는 공간에서 외롭게 유년시절을 보낸 시인은 이런 광대한 시공(時空)을 시에 풀어내고 있음을 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