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만 하

나에게 세 개의 시계가 있다

하나는 리마트 강 수면에 어른거리는

스위스 취리히 성모 사원의 시계다

(빼기 일곱이다)

다른 하나는 미국 록키 산맥 고원지대 도시

덴버의 한 대학 실험실 인내의 시계다

(날짜 변경선 너머, 빼기 넷이다)

나머지는 부산 바닷가에서

언제나 기다리는 기도의 시계다

노시인의 참 재미난 시적 발상과 구성을 발견한다. 세 개의 시계 중 첫 번째 두 번째 시계는 외국생활을 하는 자녀들이 고향을 그리워하며 보는 시계이고 마지막 시계는 고국에서 자녀들이 유학을 마치고 무사히 귀국하기를 기도하는 시인 부부의 기다림의 시계다. 그리움과 기다림, 사랑이 스민 잔잔한 감동을 거느린 작품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