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제하던 남성 전화기에서
성관계 사진·동영상 등
측근들과 공유한 사실 발각

“그 동영상이 퍼지면 저는 못살아요.”

지난 24일 포항의 한 종합병원에서 만난 초췌한 모습의 A씨(33·여)는 울먹이며 말했다.

A씨는 자신이 몰카 피해를 당했다고 호소했다. 그는 자신과 연인관계였던 남성이 친구들에게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해 고통받고 있다며 눈물을 흘렸다.

A씨는 “눈을 감아도 자꾸 그 장면이 떠올라서 약을 먹고 죽으려고까지 했는데, 죄를 지은 사람들은 죄책감 없이 잘 살아서 너무 억울하다”고 말했다.

A씨의 주장은 불법 촬영한 성관계 영상을 SNS 대화방에서 불법 유포해 전 국민의 공분을 샀던 유명 가수의 사건과 유사했다.

A씨는 1년 전 지인의 소개로 B씨(46)를 만났다. A씨는 다정다감하게 자신을 잘 챙겨주는 B씨에게 끌렸고, 올해 3월부터 본격적인 교제를 시작했다. A씨는 자신의 가족들과도 친분을 쌓으며 장밋빛 미래를 약속하는 B씨를 굳게 믿었다.

그러나 A씨는 지난 19일 B씨의 휴대전화기를 무심코 확인하고 큰 충격을 받았다.

B씨의 친구들간 단체채팅방에는 속옷만 입은 여자 사진을 비롯해 신체 특정 부위를 찍은 사진 등 야한 장면의 사진들과 동영상으로 가득했다. 함께 사진을 본 채팅방 친구들은 민망한 음담패설을 서로 주고 받았다.

B씨가 친구들과 공유한 사진과 동영상에 등장하는 여성은 바로 자신이었다.

A씨는 “결혼까지 약속했던 남자가 친구들과 함께 자신을 희롱하는 채팅을 서슴지 않았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어 심장이 멈추는 것 같았다”고 흐느꼈다.

포항북부경찰서는 지난 23일 A씨의 사진을 몰래 찍어 유포한 혐의로 B씨를 입건해 조사 중이다. 경찰은 B씨의 휴대전화기를 압수했으며, 채팅 내용이 일부 삭제돼 디지털 포렌식 분석을 진행할 예정이다.

포북서 관계자는 “B씨의 휴대전화 분석결과가 나오면 위법사실이 명확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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