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보호종 ‘쇠제비갈매기’
경북동해안에 서식 처음 확인
모래톱에 알… 어미새가 품어
안동 인공섬 번식활동도 순조
금주에 새끼들 부화 잇따를듯

26일 오후 포항시 북구 흥해읍 칠포해수욕장 인근 해변에서 쇠제비 갈매기가 알을 품기 전 주위를 살펴보고 있다. /이용선기자

전 세계적으로 보호종으로 지정된 쇠제비갈매기가 경북 동해안 포항지역 해안가에서 둥지를 틀고 알을 낳는 등 서식지로 삼자 조류학계에서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26일 오전 포항시 북구 흥해읍 칠포리 해안가. 30℃ 웃도는 무더운 날씨 속에 때 이른 피서객들이 삼삼오오 해변가로 모여들고 있었다. 하천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을 지나 사람들의 발길이 비교적 뜸한 모래사장 근처에 할미새, 갈매기, 꼬마물떼새들이 연이어 목격됐다. <관련기사 4면>

좀 더 가까이 다가서자 “삐비빅, 삐빅” 특이하면서도 낯선 소리가 들렸다. 동행한 박희천 조류생태환경연구소장은 “저게 바로 쇠제비갈매기”라고 확인해줬다.

몸무게 31g에 날개를 다 펼쳐도 너비가 30㎝ 크기의 쇠제비갈매기는 바다와 하천을 오가며 M자형 몸집을 늘씬하게 뽐내며 시선을 사로잡았다. 100m 가까이 이르렀을 때 박 소장은 “잠깐 멈춰달라”며 목소리를 낮췄다.
 

박 소장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은 바로 검회색에 반점이 여럿 박힌 5㎝ 크기의 새알이었다. 일반 새들이 나뭇가지 등을 물어와 둥지를 트는 것과 달리 쇠제비갈매기들은 모래톱에 눌러앉아 3∼5㎝ 정도 대충 비비면 그게 둥지다. 이날 발견된 알은 1개짜리 2개 둥지, 3개짜리 2개 둥지 총 8개. 이곳에서 뒷걸음치며 거리가 멀어지자 이내 쇠제비갈매기 어미새가 날아와 둥지를 재차 품는 모습도 목격됐다.

쇠제비갈매기가 국내 내륙에선 처음 발견된 안동호에 이어 이번에 포항 지역 해안가에서도 처음 발견되면서 동해안 일대 이동 등 서식환경 변화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학계에선 구체적인 번식 환경 조성 등 안동호(湖) 쇠제비갈매기 인공섬처럼 민(民)이 아닌 관(官) 차원의 조사와 보호관리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박 소장은 “쇠제비갈매기가 동해안 해안가에서의 최초 목격된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지구 온난화와 산업화, 이로 인한 서식지 훼손 등으로 새들이 살아갈 장소가 줄어들고 있어 안타깝다”며 “정부나 지자체가 나서 이 새를 보호하려는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앞서 유럽연합(EU)이 이미 ‘2020 네이처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쇠제비갈매기를 살리기 위한 노력을 구체화하는 사례를 들었다.

쇠제비갈매기는 호주와 뉴질랜드를 비롯한 남반구에서 겨울을 나고 4∼5월 우리나라를 비롯한 일본, 중국 등지에서 번식하는 여름철새다.

◇안동호 인공섬에 둥지 튼 쇠제비갈매기 살펴보니  

전국 최초로 안동호에 서식지 보존을 위해 설치된 인공모래섬<본지 4월 23일자 1·4면 보도>에선 쇠제비갈매기들의 순조로운 번식 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 초 새들이 인공섬에 도착할 당시 번식 여부가 최대 관심사였다. 본지가 26일 생태관찰용 CCTV를 통해 확인한 결과, 쇠제비갈매기는 60여 마리.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 짝짓기를 마쳤고 18개 둥지에서 새들이 밤낮으로 알을 품는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암컷이 알을 품는 동안 수컷은 빙어 등 먹이 공급 역할을 하거나 여의치 않을 경우 수컷이 대신 품어주는 장면도 목격됐다. 

쇠제비갈매기는 둥지 1곳에 2∼3개의 알을 낳는 습성이 있다. 최근 경북대 조류생태연구소에서 알 숫자를 확인한 결과, 산란 개수는 모두 43개. 지난 8일 2차 산란 이후 병아리 부화시기와 유사한 21일째인 오는 29일부터 새끼들이 잇따라 부화할 것으로 보인다. 때마침 모래뿐인 황량한 인공섬 위에 잡초도 성인 손가락 길이만큼 자라 새끼들이 태어날 경우 그늘막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김태성 안동시 안전재난과 쇠제비갈매기 담당은 “강풍이 불 때면 인공섬 전체가 지진이 난 것처럼 일렁거리는 환경이지만 쇠제비갈매기들의 번식 활동은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환경부는 최근 5년간 전수조사를 통해 내년 상반기 쇠제비갈매기를 ‘보호종’으로 지정하기 위한 심의위원회 개최 등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손병현·황영우기자

관련기사

    손병현·황영우기자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