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재 호

간밤을 설치게 했던 하우스재배 사과 배 포도나무 공포감도 위기감도 자꾸만 무뎌지는 수입 농산품, 선대(先代) 긴 한숨 같은 들바람이 불어올 때 경운기 코를 잡고 힘껏 시동을 건다 눈부신 쟁깃날로 검은 땅 독초 깊이깊이 갈아엎어 남아있어 죄가 된 아픔도 설움도 갈아엎어 갈아엎어

지친 넋

켜켜이 일어서는

봉답마다 흙의 파도여

새벽 둔덕길에 찔레향이 하얗게 빛나지만 시골의 농사는 깊은 어둠에 쌓여있다. 들판에 설치된 비닐 하우스 속에는 농민들의 피땀이 배인 우리 농산물이 자라지만 갖가지 수입농산물이 물밀듯이 들어와 우리 농촌을 피폐하게 만드는 현실을 깊이 개탄하는 시인의 분노에 찬 목소리를 듣는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