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민 잇따른 보존 요구 ‘모르쇠’ 일관
“혈세 낭비 막고 관광상품화”
철거 반대 지역 여론에
“문화재청에 찾아가라” 답변
영주시 무섬마을 외나무다리 등
인근 지자체와 대조적

안동시가 최근 하회마을에 수천만 원 들여 설치한 ‘섶다리’를 둘러싼 혈세 낭비<본지 17일 1면 보도>가 지자체의 졸속 행정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9일 안동시에 따르면 하회마을 ‘섶다리’ 재현행사는 최근 영국 앤드루 왕자의 안동 방문을 계기로 ‘The Royal Way(로열 웨이)’를 관광 상품화해 관광객 유치를 위한 행사 중 하나다. 그러나 본지 취재 결과, 이 사업이 처음 거론된 것은 불과 2달 전인 지난 3월. 이후 지난달 초 열린 안동시 추가경정예산에 급하게 편성돼 사업이 추진됐다. 15일간 이용할 수 있는 섶다리 설치비에 7천만원, 단 하루 재현행사에 2천만원 등 모두 총 9천만원이 들어갔다.

이처럼 막대한 예산이 투입됐지만, 이 다리는 오는 26일 철거될 예정이다. 하회마을에 ‘섶다리’가 설치된 후 최근 이곳에는 지역 시민을 비롯해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또 최근 시청 게시판에는 ‘섶다리’를 해체하지 말고 보존했으면 좋겠다’라는 민원과 함께 운영 만료일이 다가오면서 이에 대한 문의도 쇄도하고 있다. 게다가 하회마을 내에서도 이 다리의 철거를 안타까워하며 보존하길 희망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하회마을 주민들이 안동시에 수차례 다리 보존을 요구했지만 지자체는 책임회피에 급급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하회마을 주민 류모(40)씨는 “마을 주민 대부분이 이 다리가 한시적인 운영이 아닌 계속해서 보존되길 희망하고 있다”며 “안동시에 다리를 보존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을 수차례 요구했지만 ‘마을 차원에서 직접 문화재청에 찾아가서 해결하라’는 식의 답변뿐이었다”고 폭로했다.

문화재청은 국가 문화재로 지정된 마을에 건물을 짓거나 시설물을 설치할 경우 문화재 현상변경 신청을 받고 있다. 이후 심의를 거쳐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하지만 안동시는 ‘섶다리’ 설치와 관련해 문화재 현상변경 신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안동시 관계자는 “다리를 운영하기 위해선 매년 막대한 유지·보수비가 들어간다”며 “이에 대한 사업성을 검토할 시간과 비용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반면 인근 지역의 문화재 지정 마을의 경우 정식으로 문화재 현상변경 허가를 받아 ‘섶다리’와 비슷한 다리를 건설한 사례가 있다. 영주시 문수면 수도리에 위치한 무섬마을은 2013년 중요 민속문화재로 지정됐다. 그리고 2년 뒤 기존에 있던 외나무다리(2005년)와 별도로 문화재 현상변경 허가를 받아 제2 외나무다리를 세웠다. 이후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지속해서 늘어났고 최근 3년간 1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이곳을 찾았다. 앞서 2008년 예천군 용궁면에 위치한 국가 명승지 제6호 회룡포 마을에서도 문화재 현상변경 허가를 받아 ‘제2 뽕뽕 다리’를 설치해 많은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안동시는 영국 앤드루 왕자의 안동방문에 맞춰 섶다리를 설치했지만 정작 왕자는 다리를 밟지도 않았다.

안동/손병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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