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현 명

아내가 숲길에서 품고 온

단단하게 안으로 걸어 잠그고 둥글게 웅크린

그래서 단단한 새알 같은 열매

커다란 접시위에 놓았더니

제법 향을 내어 거실 가구들이 킁킁댄다

잊혀 질만큼 해가 드나들었던가 말았던가

바람이 드나들었던가 말았던가

아이의 손끝에서 그만 퍽 바스라졌다

아니 그건 피어났다

수천 개의 날개를 단 머리들이 접시에 수북 붕붕대었다

그걸 아이는 폭탄이라고 했다

그걸 아내는 꽃이라고 했다

저렇게 수많은 걸 한 몸이라 생각하다니

꽃잎들을 다시 숲으로 가져가서 흩어주어야겠다

하나하나의 몸에서 수많은 폭발이 일어나겠지

무수히 많은 길을 내는 생명의 꽃무리

조현명 시인의 시적 관심이나 시선은 근사하고 가치로운 데만 머무르지 않고 이 시에서처럼 작고 보잘것 없는 풀꽃 하나, 낡고 찌그러진 열매 한 톨에 집중되곤 한다. 소외되고 하찮게 여겨지는 것들에 다가가 생명의 입김을 불어넣고 뜨겁게 호명함으로써 숨결 고운 생명체로 일으켜 세운다. 마르고 작은 젓나무 열매에 생명을 불어넣고 아름다운 목숨으로 되살려놓는 시인의 따스한 눈길, 마음길을 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