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루 방문 맞춘 안동 섶다리
건설 2주 만에 철거 근시안에
7천만원 혈세 낭비 ‘전시행정’
왕자는 정작 다리 밟지도 않아
시 “철거 조건으로 설치” 해명

최근 안동시가 7천여만 원을 들여 하회마을에 설치한 ‘섶다리’전경. /손병현기자

안동시가 하회마을에 수천만 원을 들여 만든 ‘섶다리’가 설치 2주 만에 철거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형적인 예산 낭비의 표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자체의 근시안적인 계획으로 혈세만 낭비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앤드루 왕자의 안동방문에 맞춘 것으로 알려진 것과는 달리 정작 왕자는 다리를 밟지도 않았다.

최근 안동시가 영국 앤드루 왕자 안동 방문에 맞춰 하회마을 만송정에서 강 건너 옥연정사 앞까지를 잇는 전통 방식의 123m ‘섶다리’를 만들었다. 이 다리의 폭은 1.5m다. 성인 한 사람이 충분히 걸어갈 수 있는 너비다. 강에 ‘Y’자 나무 지지대를 세워 강 수면에서 공중으로 60㎝ 정도 띄워 세웠다. 다리 위는 통나무·솔가지·흙·모래 등 옛날 전통 방식 자연 재료를 사용했다.

안동시는 이 다리를 세우는 데 7천100만원을 투입했다. 하지만 이 다리를 이용할 수 있는 기간은 단 2주뿐. 오는 26일이면 이 다리를 철거해야하기 때문이다.

철거 예정인 ‘섶다리’는 약 5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실제 존재했던 다리다. 마을 사람들이 해마다 장마가 끝난 10월 말에 설치해 이듬해 장마철 무렵 거둬들이던 임시 다리로 알려지고 있다. 1828년 이의성이 그린 ‘하회도’에도 선명하게 나타난다.

안동시 관계자는 “이 다리를 유지하려면 안전요원을 배치해야 하는 등 추가적인 예산이 필요하다”면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하회마을의 경우 문화재보호구역에 묶여 있어 다리를 설치할 수 없지만 이번 경우 철거를 하는 조건으로 이 다리를 설치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안동시민들은 “막대한 예산으로 다리를 만들고는 고작 2주 만에 철거하는 시의 행정이 한심스럽다”며“앞으로 시민 혈세가 헛되이 사용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16일 오전 이곳을 찾은 김성환(46·대구시 중구)씨는 “영주 무섬마을의 외나무다리와 예천 회룡포의 뽕뽕 다리보다 크고 안전해 보일 뿐만 아니라 전국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전통성을 간직한 다리다”며 “앞으로 하회마을을 대표하는 새로운 관광 명소로 유명해져 많은 관광객이 찾을 것 같다”고 극찬했다.

하지만 오는 26일 이 다리가 철거된다는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곳을 찾은 또다른 안동시민 이모(57)씨는 “철거 사실을 몰랐다면 오늘 이 다리를 건넌 것이 마지막이 될 뻔했다”면서 “아쉬움을 달랠 겸 이번 주말에 가족들과 함께 다시 한번 더 이곳을 찾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다리가 철거됨과 동시에 들어간 예산을 이야기하자 주위 있던 관광객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 자리에 있던 한 관광객은 “철거할 것을 알았으면서 이렇게 많은 돈을 쏟아부은 안동시는 생각이 있는 거냐”면서 “영국 왕자가 안동에 오는 시기에 맞춰 개통한 것을 보면 보여주기식 탁상행정이 아니냐”고 비판했다.

게다가 지난 14일 영국 앤드루 왕자가 하회마을을 방문했을 당시 정작 왕자는‘섶다리’에 재현행사와 관련된 어떠한 일정도 잡혀있지 않았다.

이에 안동시 관계자는 “섶다리는 하회마을을 찾는 관광객에게 옛 정취를 느끼고 부용대 왕복 관광을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설치한 것”이라며 “단순히 왕자에게 보여주기 위해 설치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손병현기자 why@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