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백 겸

경계가 허물어질 때가 딱 한번 있었다

유리창처럼 맑은 시간의 눈물이 한 방울 맺혔고

시간을 굴절시켜

시간의 이편과 저편을 구분하지 못해

시스템들이 서로 당황해 하는 이상한 경험들이 발생했다

자아시스템이 마음 속에서 스스로 일어나는 빛을 주체하지 못했을 때

자본시스템이 제도 속에서 스스로 발생한 어둠을 억누르지 못했을 때

너와 내가 하나라는 사랑의 경험이

폭풍 같은 기쁨을 불러왔을 때

후기 자본주의 사회의 특징을 ‘자아시스템’과 ‘자본시스템’의 대립 충돌로 인식하는 시인은 이것을 해소하고 소통하는 매체로 ‘사랑’의 순간을 규정하고 있음을 본다. 기계 문명의 시대에서 어쩔 수 없이 부닥치는 것들이지만 이것의 극복을 위해서는 사랑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라고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시인>